강릉 여성들, 예술로 만나다 - 아트낫뮤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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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여성들, 예술로 만나다 - 아트낫뮤즈 인터뷰

2023.11.15

호젓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 강릉에 여성인 예술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아트낫뮤즈는 강릉지역에서 여성주의적 시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단체로, 사회연대은행의 2023 지역 청년 지원사업에 참여한 단체입니다. 11월 초, 강릉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리극 ‘순녀네 식당’을 성황리에 마친 아트낫뮤즈 김채윤 대표와 최한솔 활동가와 지역 여성 예술인 단체로서 한 단계 성장한 이야기와 새로운 도전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김채윤 대표, 최한솔 활동가 (아트낫뮤즈 사진 제공)

Q. 아트낫뮤즈는 어떤 단체인가요?

김채윤

아트낫뮤즈는 2020년 ‘동쪽 페미’라는 여성주의 독서 모임에서 비롯됐어요. 강릉에서 본업과 예술 작업을 병행하는 생활 예술인 4명이 책 모임을 하며 예술 스터디와 단체전을 기획했습니다. 아트낫뮤즈(Art not Muse)는 ‘뮤즈가 아닌 예술 그 자체’라는 말로, 예술계에서 여성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는 시선을 거부하고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예술 활동을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예술 스터디와 전시를 주로 했다면, 최근에는 지역의 사람을 만나고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예술 교육 사업을 주력하고 있어요.

Q. 강릉에서 여성주의를 표방한 예술 활동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최한솔

강릉 사람들은 아직 여성주의라는 시각을 생소하게 느껴요. 예술가들도 성별의 개념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예술 활동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고요. 여성주의를 표방한다고 직접 드러내며 작업하는 예술가들을 많이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성주의에 관심을 두고 관련 작업을 하는 동료를 만나는 일이 늘 반갑고 즐겁습니다.

김채윤

강릉에 여성이란 키워드는 많이 부각돼 있는데, 여성주의와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강릉시는 오래전부터 신사임당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성 친화적인 도시, 강릉’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어요. 실제로 도시의 사물과 지명에 사임당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여성 친화적인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여성에 대한 지원이 많다고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진) 아트낫뮤즈 전시 및 공연 (아트낫뮤즈 사진 제공)

Q. 강릉에서 여성주의 예술 활동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최한솔

강릉에서 음력 5월에 열리는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강릉 단오제’가 있는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서 전통놀이 공연이 주로 상연됩니다. 그런데 전통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 보다는 그 시대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성차별적인 이념을 그대로 담은 공연이 반복 상연되고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하며 불편함이 아닌 삶의 가능성을 창조할 수 있다고 봐요. 아트낫뮤즈 활동으로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며 지역에 다채로움을 더하고 싶습니다.

Q. ‘순녀네 식당’ 공연은 사회연대은행의 2023 지역 청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는데요, 어떤 점이 기억에 남나요?

김채윤

‘순녀네 식당’은 민요를 기반으로 한 소리극인데요, 사회연대은행 사업 공고를 보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에서 한솔 님이 민요 아이템을 가져왔어요. 민요를 모티브로 연기와 집단 상담 그리고 시나리오까지 모두를 다룰 수 있는 소리극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 청년 지원사업은 무엇보다도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던 점이 달랐어요. 함께 하는 분들께 제대로 예우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는데, 사회연대은행은 저희가 겪는 어려움을 알고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한솔

좋은 선생님들을 모실 수 있었고, 지역 내에서 더 많은 예술가를 만나는 기회였어요. 공연을 준비하며 여성 예술가로서 서로의 비전을 나누고, 지역에서 하고 싶은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이야기하며 동료가 됐죠.

본업과 예술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예술 활동만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었어요. 하지만 사회연대은행 지원 사업을 경험하며 문화 기획으로 전업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여성 예술인 공동체로서 다양한 문화를 기획하고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사진) ‘순녀네 식당’ 공연 현장 및 연습 모습 (아트낫뮤즈 사진 제공)

Q. 강릉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개발할 만한 예술 콘텐츠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최한솔

저희와 함께 활동했던 분 중에 ‘지누아리’라는 해초를 주제로 작업한 작곡가가 있어요.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지누아리’는 반찬 재료 중의 하나이지만, 거기에 해녀의 삶과 바다 생태계 변화 이슈가 담겨있어요. ‘지누아리’ 작업처럼, 강릉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흥미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소재들이 많아요.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만든 ‘순녀네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강릉의 여성 예술인은 신사임당이 널리 알려졌지만, 허난설헌도 있어요. 시대에 맞지 않게 탁월해서 핍박받고 고통받은 여성으로 안타깝게 단명했는데, 별로 조명받지 않아서 기회가 된다면 콘텐츠로 다뤄보고 싶습니다.

김채윤

저는 ‘지금, 여기, 오늘을 살고 있는 강릉 여성’에 대한 이야기에 주목해 보고 싶어요. 강릉에 와보니, 사람들의 직업이 공무원 아니면 자영업자로 나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강릉의 여성 자영업자를 주제로 인터뷰집을 엮거나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Q. 아트낫뮤즈는 내년에 어떤 계획을 하고 있나요?

김채윤

인력 풀을 넓히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 순녀네 식당 연출가에게 함께하자고 설득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다른 지원사업 워크숍으로 참가 청년들과 만남을 계속 이어오며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했는데요, 내년에는 그 친구들이 직접 기획하고 활동하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Q.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려 본다면?

김채윤

저는 공연 당일 관객으로서 순녀네 식당을 관람했는데요, 눈물을 꾹 참으면서 봤습니다. 너무 뭉클한 순간이 많았거든요. 모르는 사이로 만나서 민요를 매개로 6개월 남짓 함께하며 우리가 멋진 극을 만들어 냈다는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공연 말미에 참가자들이 다른 배우가 연기할 때 무대 옆에서 서로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이들이 서로 굉장히 의지하고 있구나, 이렇게 또 여성 예술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졌구나’ 라는 생각에 뭉클했습니다.

최한솔

저는 오히려 공연이 끝나고 스텝과 출연자들과 다시 만나며 가슴이 벅찼어요. 아트낫뮤즈가 여성 예술 활동의 중심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리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사진) ‘순녀네 식당’ 공연을 마치고 스텝, 배우들과 함께 (아트낫뮤즈 사진 제공)

Q. 아트낫뮤즈가 앞으로 어떤 단체로 성장했으면 하나요?

김채윤

순녀네 식당을 하면서 드디어 아트낫뮤즈만의 고유한 콘텐츠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지만 자전적이지만은 않고 강릉의 독특한 삶이 묻어나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모녀 이야기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녹여낸 작품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 공연을 강릉의 상설 공연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런 경험과 노하우로 우리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려 합니다. 그렇게 여성 예술단체로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강릉 지역의 후배 여성 예술가들을 지원해 주는 단체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강릉은 마음의 여유와 사유의 영감을 주는 매력적인 도시라고 소개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순녀네 식당’을 마치고 새로운 꿈을 그려가는 아트낫뮤즈가 만들어 낼 앞으로의 이야기가 벌써 기대됐습니다. 예술적인 실험으로 강릉 여성의 삶과 서사를 발굴하며 지역에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을 입혀 나가는 아트낫뮤즈의 발걸음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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