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이면의 의미를 들여다봅니다’ - 갤러리 프로젝트 한의도 작가 인터뷰

2023-10-25
청년통합지원센터 ‘알파라운드’는 매년 신진 청년작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와 활동 저변 확대를 위해 전시회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2023년 갤러리 프로젝트 첫 번째 전시는 한의도 작가의 <바운더리>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느끼는 ‘선입견’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한의도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습니다. 한의도 작가의 Boundary 전시는 알파라운드에서 11월 2일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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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의도 작가(한의도 작가 제공 사진)


Q. 한의도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선입견을 주제로 대상의 왜곡된 형태를 그리는 평면회화작가 한의도입니다.


Q. 알파라운드 '청년 창공 라운드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알파라운드’ 공간은 브리즈 아트페어를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올해부터 작가 활동을 시작한 제게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앞으로의 작업 활동에 동기를 부여해줄 좋은 기회란 생각에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청년이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겪는 많은 문제들 속에서 괴리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러한 제 경험을 녹인 작품을 청년지원센터에 전시한다면, 청년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이번 전시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번 개인전 ‘boundary’는 현시대 청년들이 갖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와 말들을 접하게 되는데, 종종 편향된 지식으로 인해 선입견을 품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흑인 남성을 보는 순간 위축되는 것과 같이 저 역시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저의 좁은 시각’을 ‘boundary’ 작업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단순히 저만의 경험은 아닌 것처럼, 제 작품 역시 현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자 시대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공감하고 공유함으로써, 나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주로 소년이란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소년의 이미지를 주로 담는 것은 왜인지 궁금합니다.   
그림 속 캐릭터는 아이들의 그림에서 착안하였습니다. 실험적으로 아이들에게 성인 남성 모델을 보여주며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요, 그 결과가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인간의 형태에서 매우 벗어나 있었거든요. 아이들은 성인 남성의 몸을 극대화하여 표현했는데, 왠지 모르게 유아틱하고 어리숙해 보였어요. 사람마다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을 던져준 사건이었습니다. 소년 캐릭터를 작품에 담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이 가지는 순수함을 갖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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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ndary, 162.2 x 130.0cm, 장지에 먹, 2023


Q. 작품마다 개미가 등장하고 있는데, 개미를 통해 어떤 의미를 전하고 싶으셨는지요?  
작품에 자주 나타나는 ‘개미’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제가 바라봐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개미들은 빛이 있는 곳이나 그림자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요, 인물이 위치한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벗어나야 함을 암시해 줍니다.


Q. 낙서와 드로잉 등 ‘선’ 적인 요소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기법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대상을 낙서, 드로잉 기법으로 이질감과 세상과의 단절을 표현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낙서 드로잉은 2차원적입니다. 캔버스라는 2차원적 공간에서 신체 일부분을 입체적이고 극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대상의 낯섦과 친근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편협하고 비관적인 사람으로서 저는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는 왜곡된 형태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대상들을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선’적인 요소로 표현하면서 작품과 현실 세계 사이의 모호함과 괴리감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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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알파라운드에 전시된 한의도 작가 작품


Q. 작업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일상에서 번뜩 떠오르곤 합니다. 아이들이 버린 클레이 뭉치들, 누군가 끄적인 낙서와 흔적들,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건들 등 작고 사소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습니다. 그중 제 작업에 가장 큰 동기가 된 것은 아이들의 그림인데요. 아이들의 그림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충격적입니다. 그림이 점점 단순해지고 유아틱해지는 것은, 그 깨끗한 시각을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Q. 작가로서 어떤 점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파리는 겹눈을 가지고 있고 개미는 세상이 2차원으로 보입니다. 인간은 색을 구별하는 동물입니다. 과연 누가 세상을 올바르게 보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제가 바라보는 이 세상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나’라는 좁은 세계 속에서 모든 만물이 판단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접한 분들의 다양한 반응을 접하셨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에게 특별히 반가운, 인상적인 반응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브리즈 아트페어’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였을 때, 작품을 한참 그리고 유심히 바라본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작품 설명을 듣기 전과 후의 눈빛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들이 처음 작품을 마주했을 때는 색채와 캐릭터의 강렬함에 이끌렸다면, 작품 설명을 들은 후에는 작품세계에 깊이 이입하고 공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분들의 소중한 감상평과 눈빛은 저의 작업 동기이자 삶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Q. 앞으로 계획하는 작업과 활동은?
일반적 시각에서 벗어난 대상의 형태를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자극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전시에 참여하여 다양한 작가, 관람객과 소통과 공감함으로써 작업 동기와 아이디어를 얻고 싶습니다. 저의 작품이 세계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발전하고 도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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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의도 작가와의 만남


Q. 알파라운드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이 작가로서 관객과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자리인데요,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작가’라는 말이 아직 어색할 만큼 경험이 없고 서툰 사람인데요, 이번 <작가와의 만남>은 제 작품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공감할 수 있는 너무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제 작품은 상징적인 요소에 대한 설명 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요. 그런 부분들을 궁금해하고 질문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그림으로 경험을 나누고 공감하며 서로 응원하며 작가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알파라운드에서 작가님 작품을 감상하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선입견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면서 대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저도 스스로 조금이나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보이는 세상은 전부가 아니며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 그림이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며 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심오하면서도 재밌는 발상으로 다양하게 작업 중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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