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홀로서는 나, 함께 서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2023.08.25

아동보호시설 퇴소 이후 자립 기반을 마련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는 서연(가명, 24)님과 지원(가명, 22)님을 만났습니다. 서연님과 지원님은 2021년 한화생명 맘스케어 드림, 알파라운드 자립 로드맵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며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과 함께 자립을 준비한 청년들입니다. 두 청년과 자립 준비 과정, 현재의 나와 앞으로 만들어 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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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21년 알파라운드 자립로드맵 프로젝트



Q. 시설에서 퇴소 후 독립하여 지내는 생활은 어떤가요?

 

서연

독립해서 좋죠. 저는 늘 복작복작하게 공동으로 생활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혼자 살아서 부산스럽지 않은 것은 좋은데, 가끔 적막이 느껴질 때는 안 좋아요.

 

지원

저도 독립해서 좋지만, 적막한 거는 싫었던 것 같아요. 워낙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게 재미있고 좋아서, 처음 시설에서 나올 때는 친구들과 자립정착금을 합쳐서 LH 전세 주택에서 같이 살기도 했어요.



Q. 퇴소 전 자립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했나요?

 

지원
준비랄 게 너무 없었어요. 자립하기 2년 전에 시설에서 세미나 형식으로 교육 듣고, 1년 전부터는 자립생활관이라고 밖에 있는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보는 체험을 했어요. 그런데 실질적인 교육이 아니라 이론적인 교육들이라 나와서 정말 막막했어요. 그때는 제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인지도 모르고 그냥 삶이 이렇구나.’ 하며 살았어요.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내가 어렵게 살았네. 쉽지 않았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Q.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서연

학업이 제일 중요해요. 저는 경력 쌓고 나중에 대학 가려고 고등학교 마치고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회계사가 되는 게 목표라 지금은 일 그만두고 시험 준비하고 있어요. 그다음은 결혼해서 가정을 만드는 것이고요.

 

지원

저는 주거요. 진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에요. 원룸에서 혼자 산 지 3년 정도 됐는데, 너무 좁고 상태가 안 좋아요. 다행히 얼마 전에 주택 청약이 돼서 몇 년 후에 입주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대출금이 커서 무리이지만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보려고요.


 

Q.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서연

시설 퇴소하고 스무 살에 대부모님 지원으로 처음으로 해외에 다녀왔어요. 대부모님 딸이 저보다 7살 많은데, 언니와 함께 대만에 다녀왔어요. 새로운 경험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후 3년 간은 회사 다니느라 여행할 틈이 없었는데, 이직하기 전에 열심히 모은 돈으로 유럽 여행을 했어요. 좀 길게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사람들이 왜 여행을 다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짧게라도 자주 여행을 다녀오려고 해요.

 

지원

저도 친구들과 여행하는 게 제일 좋아요. 대학에서 미술 관련 학과를 다녀서 친구들이랑 2주 동안 이탈리아 미술관 여행을 계획해서 다녀왔어요. 그때 '그 돈을 생활비에 보태서 넉넉하게 살지 왜 그렇게 무리해서 가냐?'며 걱정하는 어른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꿋꿋이 다녀왔죠. 온종일 보고 싶은 작품들을 보며 돌아다니던 그 시간이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추억이에요. 여행을 좋아하고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일도 해보고 싶어요. 회사에서 어느 정도 근속 연수를 채우면 회사와 제휴를 맺은 곳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데, 틈틈이 외국어 공부도 하고 경력을 쌓아서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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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Q. 나에게 힘이 되는 사람들

 

서연
시설에 가끔 자원봉사로 나오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사회에 나와서 연락이 닿아서 만나게 된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과 종종 만나는데, 만날 때마다 조언을 많이 해주셔요.


지원
저도요. 그리고 매년 생일마다 대부모님을 만나는데 재태크 관련해서 조언도 해주시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셔요. 이야기하다 보니 사례관리로 만난 선생님도 생각나네요. 저희한테 정말 진심이어요.


서연

맞다! 그분도 저희와 비슷하게 시설에서 자란 분인데, 사회복지사였어요.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겨서 만나지 못하는데 정말 좋은 분이었어요.

 


Q.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서연
사회연대은행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알게 됐어요. 같은 시설 출신이라고 하니까 반갑잖아요. 그전에는 학년도 다르고 전혀 모르는 사이였어요. 프로그램 참여하면서 안면을 텄는데 성격도 좋고 괜찮더라고요. 그러다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났는데, ‘얘는 찐이다!’ 라는 느낌이 왔죠. (웃음)


지원
맞아요. 어딜 가든 제가 있다고(웃음). 자주 만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아요.

 

 

사회연대은행 사업에 참여하며 알게 된 지원님과 서연님은 어린 시절 같은 시설에서 지냈지만, 5백 명 이상이 지내다 보니 나이 차이가 있었던 둘은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회연대은행 사업에 참여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믿고 의지하는 친구가 생겨 좋다는 지원님과 서연님. 두 사람의 자립에 있어서 사회연대은행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물었습니다.


 

서연

사회연대은행은 저에게 진짜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제가 사회에 나와서 스무 살에 시작한 게 사회연대은행 자립 프로그램이었어요. 사회연대은행은 일회적이기보다는 지속해 저희를 이끌어줬어요. 계속 뭔가를 도와주려고 하니까 아직도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요.

 

지원
다른 기업이나 협회의 지원 사업도 참여했었는데 저에게는 사회연대은행이 제일 좋았어요. 제가 참여한 사업은 돈을 저축하고 매칭을 받아서 자산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방식인데, 저는 그런 로직이 좋아요. 스스로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니까요.

 

서연

사회연대은행은 성과물보다는 저희를 도우려는 게 느껴져요. 우리가 안정적으로 잘 지내고 있는가?’가 중요하지, 성과물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지원
2년 전인가 사회연대은행과 인터뷰할 때 경계선 장애를 겪는 친구들은 정말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2~3개월 후에 그 친구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더라고요. 진짜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되게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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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5년 후에는 회계사로, 외국 지사에서 일하는 미래를 꿈꾸는 서연님과 지원님은 서로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 친구였습니다. 두 친구 사이처럼, 사회연대은행도 자립준비청년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친구처럼 함께하겠습니다.

 


인터뷰이는 가명(서연, 지원)을 사용하였으며,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사진은 인터뷰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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