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온기금 인터뷰

인사이트

인터뷰 <숫자 너머 사람> 시리즈 ➀ 심사부터 상환까지 함께합니다.

- 함께온기금 사업 운영 3인 여경상 부장, 이민경 부장, 조희라 대리

숫자와 서류 뒤에 가려진 진짜 사람을 만나는 직원들의 이야기, [사회연대은행 숫자 너머 사람 1편]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함께온기금 인터뷰 03
(사진) 함께온기금 사업 운영 3인 (왼쪽부터) 조희라 대리, 이민경 부장, 여경상 부장

은행에 가면 묻는 게 정해져 있습니다. 신용점수가 몇 점인지, 소득이 얼마인지, 부채가 얼마인지. 셋 중 하나라도 기준에 못 미치면, 답은 같습니다. “대출이 어렵습니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해서 아직 거래 이력이 없는 청년도, 갑자기 직장을 잃고 소득이 끊긴 사람도, 한 번 회생 절차를 밟았다는 이유로 다음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도 같은 문 앞에서 같은 답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들은 사람들이 다음으로 찾아가는 곳에서는,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을 다르게 보는 금융이 있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의 함께온기금은 신청서에 질문 하나를 더 넣었습니다. “당신에게 왜 이 돈이 필요한가요?” 신용점수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 질문 앞에서는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질문을 매일 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청서를 읽고, 전화를 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다음 단계로 넘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 함께온기금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여경상 부장, 이민경 부장, 조희라 대리입니다.

  • 여경상 부장 함께온기금 PM, 사업 론칭부터 현재까지 함께온기금 사업 운영을 맡고 있음. 
  • 이민경 부장 사회연대은행 20년 차로, 함께온기금 개인소액대출·울타리대출(자립준비청년 대상) 담당.
  • 조희라 대리 함께온기금 예비창업자금대출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2026년 함께온기금 사업에 합류함. (이하 직책 생략)

함께온기금 대출 승인 여부는 심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되지만, 그전까지 세 명의 담당자는 사연 신청서 접수부터 신청자와의 면담, 서류 보완 및 검토 등 함께온기금 신청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사업을 운영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사연을 세 분이 같이 본다고 들었어요. 처음부터 당연하게 느껴지셨나요?

조희라: 처음엔 의아했어요. 다른 팀에서는 한 사람이 사업 하나를 맡고 있기 때문에 서류 검토하고 바로 다음 단계로 넘겼는데, 여기는 사연 하나를 부장님 두 분이랑 저까지 셋이 보더라고요. 솔직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빨리빨리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알겠어요. 사실 처음엔 두 분에 대한 인상도 완전히 잘못 갖고 있었거든요.(웃음) 여경상 부장님은 칼같이 자르는 분일 거라고 생각했고, 이민경 부장님은 어떻게든 대출을 승인해주고 싶어 하는 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까 정반대더라고요. 부장님이 오히려 더 따뜻하셔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신청자가 대출 승인 여건이 되기까지 계속 끌고 가려고 하시고요. 이민경 부장님은 오히려 더 명확하게 “이 분은 아닌 것 같다”고 짚어주시고요. 저와 나이 차이도 있으니까 부장님이 저한테 “혹시 내가 옛날 방식으로 보는 거 아니야?” 하고 종종 물어보시는데, 정작 제가 더 보수적으로 보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셋이 같이 보는 게 왜 필요한지 알게 됐어요. 서로 못 보는 지점을 채워주니까요. 그리고 가장 좋은 건, 적어도 저희 셋 사이에서는 의견이 정리가 된다는 거예요.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길 안을 제대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함께온기금 대출이 다른 대출과 가장 다른 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여경상: 금융권에서는 명확해요. 상환할 수 있냐 없냐, 그 지점에서 끝나요. 이 사람이 어렵든 말든, 그건 그들에게 고려사항이 전혀 아니죠. 근데 저희는 반대로 갑니다. ‘왜 이 돈이 필요한지, 정말 해줄 수 있는 상황인지’ 계속 고민하면서 들어요. 사람을 보기로 했고, 숫자를 안 보기로 했고, 과거를 안 보기로 했고, 그 사람의 미래, 가능성을 보기로 한 거죠.

함께온기금 인터뷰 02
(사진) 여경상 부장

조희라: 저는 그 차이를 이전 경험과 비교하면서 알게 됐어요. 사회연대은행에서 공공기관 위탁 대출 사업을 할 때는 선정 기준이 명확해요. 나름의 고민이 있지만, 기준에 안 맞으면 부적격으로 안내해야 하는 구조에요. 그런데 함께온기금 사업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더라고요. 처음엔 조금 답답했죠.(웃음) 아무리 그래도 기준 미달이면 부결시켜야지, 왜 자꾸 맞춰보려고 하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알아요. 자체 기금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유연함이 존재한다는 점이요. 공공기관이나 기업 CSR 사업과 달리, 함께온기금 사업에서는 신청자의 기준이 미달일 경우에는 솔직하게 “이 부분이 약점이세요, 이 부분을 보완하면 가능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드려요. 그래서 이분들을 만나고 또 만나요. 관계를 깊게 쌓을 시간이 있다는 게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함께온기금 사업은 현재, 창업대출과 개인소액대출 두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이 둘에서 ‘가능성’을 보는 기준이 다른가요?

여경상: 창업 대출은 초기 마이크로크레딧(무담보 소액 창업자금대출) 개념에서 가져온 것이에요. 소상공인, 자립, 창업. 이 세 가지가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이 정말 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안 볼 수가 없어요. 사업 준비가 얼마나 됐는지, 그 업종에서 버틸 수 있는지를요. 금액도 크기 때문에,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되면 대출이 못나가는 경우도 많아요.

이민경: 개인소액대출은 좀 달라요. 대출 금액이 크지 않으니까, 상황 대처를 위한 준비도 보다는 이 사람이 지금 정말 이 돈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먼저 봐요. 다른 데서는 도움받기 어려운 상황인지를요.

함께온기금 인터뷰 05
(사진) 이민경 부장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들인가요?

이민경: 예를 들면 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됐는데 본인 부담금 몇 백만 원이 부족한 분, 자녀 치료비처럼 일시적으로 목돈이 필요한 분, 취업이나 자격증 준비 비용이 모자라는 청년들이 있어요. 들어보면 어떤 공통점이 있어요. 지금 당장 무상으로 지원받아야 하는 분들은 아니라는 거에요. 갚아나갈 여력은 있는데 그 순간의 유동자금이 없어서 막히신 분들인 경우가 많아요.

여경상: 그 대상 층이 바로 저희가 찾는 지점이에요. 복지 지원을 받기에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은행에서 대출 받기에는 불리한 조건에 있는, 딱 그 사이에 있는 그룹이요. 그분들은 약간의 디딤돌만 있으면 복지 수급권 단계로 떨어지지 않고 한 단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조희라: 저는 두 가지를 다 겪어보니까 그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져요. 창업 쪽은 “이 사람이 이걸 해낼 수 있는가”를 보는 거고, 개인소액대출 쪽은 “이 사람한테 우리가 꼭 필요한가”를 보는 거예요. 둘 다 가능성을 본다고 말은 하지만, 그 가능성이라는 말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함께온기금 인터뷰 08
(사진) 조희라 대리

신청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었나요?

여경상: 음악 관련 사업을 하겠다고 온 청년이 있었어요. 신청 금액이 1500만 원 정도였는데, 사업 능력은 있어 보였어요. 그런데 본인은 여유 자금까지 생각해서 더 받고 싶어 했고, 조정이 필요해 보였어요. 그래서 500만 원으로 다시 설계했어요. 500이면 타이트하지만 사업은 시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상환 기간도 원래 2년인데 1년으로 다시 짰어요. 사업으로 버는 능력은 있는데, 지출 계획을 세우는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였거든요. 그래서 매달 갚아나가는 구조로 만들어서, 그 계획을 같이 세워볼 수 있게 했어요. 최종 대출 승인이 나고 나서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고 가더라고요. 그 인사를 받으니 저도 마음이 좋았어요.

처음 신청했던 금액보다 많이 줄어든 거잖아요. 신청자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여경상: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저희는 이 사람한테는 대출 자금을 늘리기 보다는 지출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세우는 게 더 필요하다고 봤어요. 대출 금액을 높이는 게 항상 도움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조희라: 저는 이런 제안을 드릴 때마다 무겁게 느껴져요. 무상 지원이면 그냥 도와주면 끝인데, 대출은 다르잖아요. 이게 이 사람한테 도움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빚을 지우는 건 아닐지를 계속 고민하게 돼요. 은행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세 분이 함께 일하면서 서로 다른 점을 느끼시나요?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이민경: 저는 늘 처음에 신청자의 상황에 몰입돼요. 통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거든요. 감정 이입이 되는 거죠, 직접 맞닥뜨리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항상 두 분한테 부탁해요. 냉정하게 봐달라고요. 최근에도 그랬어요. 얼마전 한 케이스에서 저는 꼭 승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 부장님이 마지막에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 거예요?”라는 질문을 딱 던지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그런데 그 질문 하나로 우리가 위원회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더 분명해지는 걸 보면서, 이게 디테일이구나 싶었어요.

여경상: 저는 반대로 셋이 일하면서 느낀 게, 대출을 보는 기본 관점은 우리가 다 똑같다는 거예요. 희라 님도 합류했을 때 그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다만 다른 지점은 있어요. 아직은 기준에 안 맞으면 부결해야한다는 의식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건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봐요.

조희라: 인정이에요. 그래도 셋이 보니까 결국 정리가 되잖아요!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함께온기금 인터뷰 04

대출이 나간 이후에는 어떻게 관계가 이어지나요?

이민경: 상환이 어려워지는 분들, 분명히 있어요. 그럴 때 제일 중요한 건 연락을 끊지 않는 거예요. 저희한테는 강제할 수단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접점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걸 대출 때부터 계속 알려주고, 연락을 끊지 말라고 말씀드려요. 창업 대출 참여자들의 경우에는 기관에서 하는 무상 지원 사업도 연계해드려요. 그러면 계속 소통이 이어지더라고요. 이게 관계 금융의 기본인 것 같아요. 담당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가는 거죠. 효율적이냐고 물으면 솔직히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람의 품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사회연대은행은 최근 KAIST와 함께 대출 심사와 관련한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매일 직접 사람을 만나는 사업 담당자들은 이 흐름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여경상: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는 비영리 영역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기관에서 카이스트와 같은 우수한 연구기관의 도움을 받아 발빠르게 AI 활용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접근입니다. 우리 기관이 가진 포용과 관계금융의 강점을 접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민경: 서류만 봐서는 정말 안 되겠다 싶은 분들을 전화 면담해보면 다른 경우가 되게 많아요. 그 차이는 결국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조희라: 저는 AI가 우리 일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대화를 유형화하고 패턴화하는 건 분명 필요한 일이고요. 그런데 그게 사람을 대체하기 보다는, 우리가 참고하는 도구로 쓰일 거라고 생각해요.

함께온기금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여경상: 저는 우리가 찾아야 할 대상 층이 분명히 있다고 봐요. 삶과 회복의 의지는 충분히 있지만,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인 분들이요. 복지 기준에는 살짝 못 미치고, 금융 기준에도 못 미치는, 딱 그 사이에 있는 분들. 그 자리를 더 정확하게 찾아내는 게 저희들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조희라: 저는 가족 돌봄으로 일할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마음에 걸려요. 지금 있는 사업 구조로는 이분들한테 닿지 않거든요. 그런 분들한테 맞는 방식을 새로 설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이민경: 저는 사업이 커지더라도, 효율을 위해 사람과의 접점을 줄이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더 많이 만나고 관계의 접점을 늘려나가는 방식을 고민했으면 합니다.

함께온기금 인터뷰 01

🔍 인터뷰 속 담당자들이 운영하는 ‘함께온기금’이 궁금하시다면?

👉 [신용 대신 가능성을 믿는 선순환 금융, 함께온기금 사업 알아보기]

👉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1편 “당신에게 왜 이 돈이 필요한가요?”

👉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2편 “당신에게 진짜 필요한 최소 금액은 얼마입니까?”

👉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3편 “우리가 당신을 ‘대상자’가 아닌 ‘인격’으로 마주한다면?”

👉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4편 “이러한 선택이 반복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