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너머 사람 ②] "묻고 배우며 사업을 만듭니다" 1 IMG 8878 re](https://www.bss.or.kr/wp-content/uploads/2026/09/IMG_8878_re.jpg.webp)
9월의 어느 저녁, 사무실 한편. 테이블 위에 책 한 권이 놓여 있습니다. 이지민 님이 “내일 가져올게” 하고는 정말 가져온 책입니다. 세 사람은 전날 밤 10시까지 회의를 하고 야식을 먹어서인지, 눈이 잘 안 떠진다며 한바탕 웃습니다.
남영현, 이지민, 홍서희, 사회연대은행의 20대 실무자들입니다. 남영현 님은 경기금융지원센터에서 경기 극저신용대출 사업을, 이지민 님은 경영지원부에서 개인 모금을, 홍서희 님은 자립성장지원센터에서 자립준비청년 자산형성과 커뮤니티 지원을 맡고 있습니다. 나이는 같지만 남영현 님은 입사 4년 차, 이지민, 홍서희 님은 2년 차입니다.
부서도 층도 다르지만 요즘 이 셋은 퇴근 후에 따로 모입니다. 사업 제안서를 쓰기 위해서입니다. 설립 20년이 넘은 사회연대은행에서 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그 이야기가 듣고 싶어 자리를 청했습니다.
일단 입구를 찾는 것부터 어려웠어요
사회연대은행 사회연대은행에 입사한 된 계기부터 들어볼까요.
이지민 졸업하고 취업을 해야 할 때 사회적경제 조직을 선택했어요. 여기가 세 번째 회사인데 이전 직장들이 다 사회적경제 조직이었거든요. 이 조직들이 생존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미션이나 비전을 달성하기보다 생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이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사회 변화에 기여하려면 이들을 지원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사회연대은행이었던 거예요. 제가 다니던 회사도 실제로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을 여러 차례 받은 경험이 있고요.
남영현 저는 여기가 첫 직장이에요. 대학 때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사회적경제 조직에 관심이 많았어요. 마침 사회연대은행에서 사회적경제 조직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어서, 인턴십 참여자로 기관을 처음 만났어요. 취업을 준비해야 할 때 채용 공고가 났는데, 담당자님들과의 기억이 좋았고 여기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자연스럽게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홍서희 저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참여하면서 기관 이름을 처음 알았어요. 이후에 창업 활동을 하다가 정리하고 취업해야 할 때였는데, 제 주변에 파산을 경험한 분이 있었어요. 그 문제를 개인 탓으로만 볼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비영리 조직 중에는 돈 이야기를 직접 다루기를 꺼리는 곳이 많잖아요. 사회연대은행은 금융을 정면으로 다루는 기관이라서 궁금해졌어요.
사회연대은행 실제로 와 보니 어땠나요.
홍서희 처음에 면접 보러 왔는데 건물이 너무 좋았던 거. 진짜로.
이지민 아니, 일단 입구를 못 찾았어요.
남영현 입구를 들어가기부터 굉장히 어렵죠.
이지민 미로 같은 건물. 저는 사회적경제 조직에 있다 보니 계속 젊은 조직에만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 면접 보러 왔는데 처음 맞이해 주신 게 김주술 부장님이셨어요. 면접을 보는데 저한테 “집도 가까운데 왜 이제 왔어?” 말씀하셨어요.(웃음)
![[숫자 너머 사람 ②] "묻고 배우며 사업을 만듭니다" 2 image](https://www.bss.or.kr/wp-content/uploads/2026/09/image.jpeg.webp)
주니어 앤 시니어, 줄여서 ‘주씨’입니다
사회연대은행 요즘 셋이 따로 모여서 뭔가 도모하고 있다면서요?
남영현 모두 3층에 있다가 조직개편이 되면서 다 흩어졌는데, 오히려 가까이 있을 때는 교류가 많지 않았어요. 흩어지고 나니까 각자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주니어로서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이지민 지금 학습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서희 님 추진력이 진짜 대단해요. 주말이 지나면 페이퍼를 두세 개씩 던지는데.
이지민 저희가 각자 업무도 다르고 자리도 멀어서 서로 업무 피드백 하기가 힘들었는데, 각자 갈증이 있었던 거예요. 우리가 사회연대은행에 모여든 이유, 하고 싶은 것들이 분명히 있는데, 각자의 업무로는 다 해소할 수는 영역이 있잖아요. 그래서 사업 개발과 제안을 주니어인 우리가 한번 해보자고 서희 님이 제안해서, 지금 금융의 방식으로 ‘쉬었음 청년’ 지원 사업을 같이 구상하고 있어요.
홍서희 저희가 모임 첫날 나눴던 이야기는 ‘대출 사업을 하려면 뭐부터 알아야 되지?’였어요. 지금은 대출 사업을 보조하거나, 현금무상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추후에 대출심사역으로서 사업을 할 수도 있잖아요. 저희는 금융권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여신을 비롯해 어떤 것을 알아야 대출 사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었어요. 대출에 대해 공부 좀 해보자고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마침 ‘쉬었음 청년’ 공고가 떴어요. 그럼 우리 이거 공모 제안하면서 배워보자, 그렇게 시작했어요.
사회연대은행 모임 이름이 있다고요.
이지민 ‘주씨’라고 합니다. 서희 님이 설명해 주세요.
홍서희 우리가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 시니어 선배들의 노하우를 레버리지 하자는 거였어요.(웃음) 리스크 관리하시는 분께는 계약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법무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배우고, 채권 담당하시는 분께는 채권 관리와 CB 정보 다루는 방법 등 시니어 분들께 찾아가서 배우자. 그래서 주니어 앤 시니어, 줄여서 ‘주씨’가 됐어요.
사회연대은행 시니어 선배들에게 배우는 것들은 주로 어떤 건가요.
남영현 금융지식뿐만 아니라 금융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많았어요. 저희 셋 다 사회복지 베이스여서 대상자 중심이거든요. 어떻게든 대상자를 더 도와주고 더 좋은 지원을 해줄 수 있을까가 고민의 중심인 반면에, 금융분야에서 오신 분들은 현재 신용상태와 상환 을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저와는 또 다른 지점을 보고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이걸 어떻게 조화시킬 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이지민 확실히 보는 뷰가 다르다고 느껴요. 저는 모금업무를 하고 있잖아요. 사회적금융이라는 말조차 처음 듣는 사람들도 우리의 일에 공감할 수 있게 해야하는거죠. 오히려, 좀 더 우리 사업 참여자와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두 분의 따뜻한 시선을 배울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저는 대중에게 사회적금융을 설명하는 입장에서 금융, 특히 부채에 있어서 개인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제 영현 님과 회의를 하면서 ‘그 사람이 어떤 경로에서 왔던, 지금 우리 기관에 찾아왔을 때 이 사람의 상태와 마음가짐을 우리는 조금 더 집중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사장님이 밑줄 친 김에” — 엘리베이터에 붙은 제안서
사회연대은행 얼마 전에 엘리베이터에 전단지 하나가 붙었죠?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홍서희 얼마 전 『파산수업』이라는 책을 만났는데, 표지가 구명보트예요. 마음이 훅 가서 샀거든요. 사실 제가 책을 깨끗하게 보는 걸 좋아해요. 종이 자체에 글을 쓰기보다는, 포스트잇이랑 인덱스 스티커를 사용하거든요. 그런데 대표님께 책을 빌려드렸더니 노란 형광펜으로 좍 그어놓으신 거죠.(웃음) 이 책이 이렇게 오염됐다. 러키비키 마인드로 그냥 오염시켜버리자. 그래서 공유해서 읽자고 생각했어요.
![[숫자 너머 사람 ②] "묻고 배우며 사업을 만듭니다" 3 image 1](https://www.bss.or.kr/wp-content/uploads/2026/09/image-1.jpeg.webp)
사회연대은행 그런데 제안을 전단지 형식으로 하셨더라구요.
홍서희 독서 모임을 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됐거든요. 그래서 옛날에 아파트 단지에 붙은 과외 광고 뜯어가는 형식을 차용했어요. 1번부터 6번까지 번호를 붙여놓고, 한 명씩 떼어가서 책을 돌려보자고. 제가 첫 타자니까 제가 생각한 고민거리들을 책에 적어놨어요. 대표님 덕분에 저도 편하게 적었죠. 그 밑에 댓글도 달아달라, 다른 주제가 생기면 추가로 적어달라고 했고요.
사회연대은행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홍서희 요즘 공유 독서가 유행이에요. 친구들끼리 옛날에 비밀 일기 돌렸던 것처럼요. 저는 청년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청년들과 유행하는 걸 하려고 고민을 많이 해요. 기관에서 못할 거 없으니까 해보자, 하고요. 사실 시니어와 그런 시도는 잘 안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책으로는 할 수 있으니까 접점을 늘려보자 했죠. 세대 통합.
사회연대은행 지금 책이 몇 번까지 돌았나요.
홍서희 4번, 5번이 돌고 있어요. 제가 분명히 순서대로 뜯어달라고 했는데, 6번 먼저 뜯고 5번을 중간에 뜯고 하셨더라고요.
![[숫자 너머 사람 ②] "묻고 배우며 사업을 만듭니다" 4 image 3](https://www.bss.or.kr/wp-content/uploads/2026/09/image-3.jpeg.webp)
금융의 문제는 인생의 모든 것과 연결돼 있더라고요
사회연대은행 ‘금융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든다’는 게 우리의 미션인데, 실제로 일해보니 어떤가요?
홍서희 우리 직원들이 많이 고민하면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금융 지원’은 한 순간에 ‘돈을 주는 사람’과 ‘돈을 받는 사람’의 위치를 만들어서, 그 방식 자체를 위계적이자 수혜적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저도 그 지점을 가장 많이 고민하면서 사업을 하구요.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사회적 금융은, 금융 지원뿐만 아니라 비금융 지원도 포함되어 있는 거잖아요. 제가 하고 있는 사업은, 본받을 만한 어른들을 연결해주는 방식과 피어들이 모여 관계망을 구축하는 방식이 함께 작동하고 있어요. 경제적 지원이라는 국소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을 알기에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한거죠.
남영현 저도 금융취약청년을 만나보면서, 금융의 문제가 인생의 모든 것과 다 연결돼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금융 문제만 해결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 외 환경까지 지원해야 실질적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아요.
이지민 저는 모금을 담당하고 있어서 제가 생각하는 사회적 금융의 방식은 항상 ‘함께온기금’이거든요. 참여자분들을 인터뷰했을 때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나에게, 나의 미래 가능성을 믿고 대출을 해주는 곳이 있구나. 심지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의 후원금으로”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사회적 금융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했으면 좋겠고요.
사회연대은행 실무자로서 비슷한 또래 청년들을 만나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홍서희 저는 청년 담당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행사 끝나고 회식을 할 때 각자의 커리어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같이 고민해요. 다만 사무실에서는 이 청년을 어떻게 연결할지, 어떤 전문가를 연결해줘야 할지 고민하는 담당자의 자리가 있고요. 저는 명확하게 구별하고 일하는 것 같아요.
남영현 이전에 청년 취업 지원 사업을 3년 정도 하면서,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청년들을 많이 만났는데. ‘ 내가 너희를 도와줄게’ 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나도 너랑 똑같은 걸 겪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같이 얘기해 보자, 그런 마음이 컸어요.
이지민 듣고보니 두 분이 진짜 건강한 것 같아요. 저는 스물셋쯤 청년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때 저는 실무자로서 제 나이를 숨기기에 급급했거든요. 저의 어수룩함을요. 졸업 한 지 갓 사회에 나왔는데 참여자들은 저보다 나이가 더 많고 저도 다 처음 해보는 것들인데 이 친구들한테는 내가 어른인 것처럼 행동해야 하는 거예요. 그게 되게 벅찼던 기억이 있어요.
남영현 그러니까 나이는 숨기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일을 하게 되면서 정말 나이를 빨리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사회연대은행이라는 조직에서 일하기
사회연대은행 최근에 선배나 상사에게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해본 적 있나요.
홍서희 나름 저희 조직이 그런 조직인 것 같긴 해요. 나이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편하게 얘기하는 편이거든요. 회의할 때도 편하게 얘기해요. 이번에 담당하게 된 사회적경제 조직 액셀러레이팅 사업도 OT에 뭘 넣고 말고를 편하게 얘기했어요.
남영현 저는 제 의견이 있으면 다 말씀드리고요.(웃음)
![[숫자 너머 사람 ②] "묻고 배우며 사업을 만듭니다" 5 image 2](https://www.bss.or.kr/wp-content/uploads/2026/09/image-2.jpeg.webp)
홍서희 저희 조직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주니어에게도 1인 1사업을 맡긴다는 거예요. 저도 혼자서 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실 ‘아닌 것 같은데요’를 말 할 일이 별로 없어요. 제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윗분들이 물어보시면 대답하는 거죠, 실무자 입장에서. 센터장님도 저한테 “서희 님이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라고 말씀하시고요.
사회연대은행 그만큼 혼자 판단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한데, 아쉬움은 없나요?
홍서희 모든 것을 부딪혀보며 일하는 제 성향에는 맞는 것 같아요. 다만 사업 안에서 뭔가 궁금하고 이 부분에 대해 같이 고민해 줬으면 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한 사업을 협업하며 해보고 있는데,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합칠지 그 방식을 찾아가고 있어요.
이지민 저는 모금 담당으로서 현재 단계는 함께온기금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감사한 지점 중 하나는, 어떤 대상자의 안 좋은 상황이나 단편적인 상황으로 모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에요. 우리가 가진 강점을 계속 고민하고 그걸로 메시지를 쓰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하면 몇 명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부분을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요.
사회연대은행 뿌듯했던 순간을 하나씩 들려주세요.
남영현 참여자분들이 “이 사업이 정말 저에게 디딤돌이 됐다”고 하실 때요. 그런 이야기 한마디면 힘들었던 것들이 다 내려가는 것 같아요.
홍서희 제가 지원하는 사업 이름이 ‘풀리(FULLY)’인데, 참여 청년들이 직접 만든 상조회 이름이거든요. 풀리 만족도 조사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어요. 한 참여자가 “풀리의, 풀리에 의한, 풀리를 위한”이라고 적어놨더라고요. 보통 복지 영역에서는 참여자를 수혜자의 위치로 바라보는 게 많아서, 쌍방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을지 고민을 많이 해요. 참여자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이건 진짜 우리가 원하는 활동이에요”라고 할 때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이지민 저는 과정이 즐거웠을 때 보람을 느끼는 스타일이에요. 씬파일러 캠페인도 준비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금융 사각지대로 빠지는 경로를 생각하다 보니 씬파일러까지 도달하게 된 거였거든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우리의 메시지를 받고 싶다’는 정보를 남겨주셨어요. 외부에서도 잘 보고 있었구나 하는 게 느껴졌던 캠페인이었습니다.
![[숫자 너머 사람 ②] "묻고 배우며 사업을 만듭니다" 6 image 4](https://www.bss.or.kr/wp-content/uploads/2026/09/image-4.jpeg.webp)
AI 활용, 속도와 방향을 맞춰가는 과정
사회연대은행 기관이 금융 OS를 개발하면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남영현 경기금융지원센터 사업에 금융 OS가 도입되면서 AI를 업무에 처음 써봤어요. 지원규모가 큰 사업이다보니 업무 처리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저희 사업 특성상 데이터 변동성도 많아서, 어떻게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어 금융 OS에 태울지를 가장 고민했어요.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고민해 보지 않은 지점을 업무로 둔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고, 제 업무를 어떻게 하면 AI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새롭게 고민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홍서희 금융권에는 AI가 이미 많이 도입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제가 입사했을 때 카이스트와 함께 AI로 연구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비영리 조직도 그런 걸 할 수 있구나 싶어서 좋았어요. 다만 저는 AI 결과물을 그대로 쓰지는 않는 편이에요. 얼마 전에는 AI가 없는 단어를 만들어냈더라고요. 제 역량과 딱 맞는 걸 ‘필살기’라고 하고, 완전히 어긋나는 걸 ‘밉살기’라고 지어놨어요. 이 단어를 내가 넣은 건가 하고 찾다 보니 시간이 더 걸렸어요. 결국 검토는 사람이 해야 하는 거죠.
사회연대은행 콘텐츠 작업에 AI를 활용하나요?
홍서희 초반에는 AI로 행사 안내 같은 것을 만들었는데, 이젠 재미가 없어졌어요. 저만의 색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대신 풀리 캐릭터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건 여전히 활용해요. 만우절 때 풀리(fully)가 아니라, 덜 채워진 풀리를 만들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청년들이 어떻게 AI를 쓰는지에도 관심이 많아요. 최근에 AI로 자소서랑 면접 연습 세션을 진행했어요. 어떤 청년이 “AI 쓰면서 멍청해지는 것 같은데 어디까지 도움을 받아야 해요?”라고 물었는데, 강사님이 “한 번 글로 써보고 AI로 돌려보세요” 피드백을 주셨어요. 저도 고민이 드는 지점이긴 해요.
![[숫자 너머 사람 ②] "묻고 배우며 사업을 만듭니다" 7 image](https://www.bss.or.kr/wp-content/uploads/2026/09/image.png.webp)
이지민 저는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는 사람이잖아요. 요새 인스타에서 하루에 한 피드씩 올리는 게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말이 많은데, 저는 누가 쓰든 똑같은 어투로 나오는 콘텐츠들에 벌써 식상하고 질렸거든요. 사회적 금융의 비전과 미션을 말해야 하는데, 그 말투에 묻혀버리는 게 싫어요. 그래서 소스를 변형하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나머지는 직접 하려는 편이에요.
망해도 괜찮은 100억이라면
사회연대은행 마지막 질문인데요, 사업비 100억이 주어진다면 어떤 사업을 해보고 싶으세요. 망해도 괜찮은 100억이라면요.
홍서희 청년 지원 사업의 아쉬운 포인트는, ’한 사람이 성장할 때 온 마을이 도와야 한다’고 하지만, 하나의 루트만 지원해 주는 점이에요. 저는 한 청년의 어떤 상황이 해결되려면 모든 영역의 지원이 같이 맞물려야 앞으로 나갈 동력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100억이면 가능할 수도 있죠. 그리고 사업 제안서를 쓰면서 그런 생각도 했어요. 청년들을 만나는 이 사업 진짜 오래 하고 싶다. 한 사람을 진짜 오래 보고 싶다.
이지민 ‘쉬었음 청년’이면 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 동안 노동할 수 없으니까 1년은 거치를 주고 그 이후에 상환하게 하거나, 취업이 안 됐을 경우 재약정할 기회까지 주게 되면, 그 청년을 3, 4년 볼 수도 있는 거잖아요. 100억이 있다면 이 사람들을 오랫동안 보면서, 실패했다면 실패한 원인도 같이 분석해 보고, 다시 시작하려면 뭐가 필요한지도 보고, 취업이 아니라 창업을 하거나 진로를 탐색하고 싶다면 그런 루트를 만들어 줄 수도 있고요.
홍서희 저는 미친 듯이 실패해 보고 싶어요! 제가 몸담고 있는 자립성장지원센터의 대상층이 다양하니까, 우리 센터는 아무도 안 할 것 같은 사업들을 테스트하고, 잘되는 사업은 함께온기금에 적용해서 더 잘하면 되는 테스트베드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실패해도 괜찮을 실험적인 사업들을 해보고 싶어요.
사회연대은행 사업 제안서를 쓰면서 아이디어가 산으로 갈 때도 있다고요.
홍서희 진짜 많이 갔어요. 계속 “아니야, 사회적 금융은…”, “우리 기관 방향성과 맞춰야 돼”라고 하면서.
이지민 어제는 심지어 어떤 말을 했냐면, 갚지 않아도 되는 대출을…
홍서희 혼돈 그 자체. 그러다 다시 기관의 방향성에 맞추고, 공고문 계속 보면서 이게 맞는지 확인하고.
남영현 어느순간 공고문에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웃음) 제출은 할 수 있어야하니까요.
나에게 사회연대은행이란
사회연대은행 마지막으로 한 문장씩 부탁드릴게요. 나에게 사회연대은행이란?
홍서희 저에게 사회연대은행은 놀이터예요. 저는 2층도 맨날 놀러 가고 4층도 놀러 가고, 동료들이랑 얘기하는 것도 너무 재밌고, 이렇게 작당 모의해서 사업 제안하는 것도 다 놀이터 같아요.
남영현 저에게 사회연대은행은 외사랑입니다. 진짜 왜 사랑하는지 모르겠고요. 근데 계속 마음이 가네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여기 있는 거겠죠. 하하
이지민 저에게 사회연대은행은 인큐베이터입니다. 저는 각자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합치되는 과정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보고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사회생활을 새롭게 배우며 인큐베이팅의 과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지민 님은 경영지원부에서 함께온기금 개인 모금을, 홍서희 님은 자립성장지원센터에서 자립준비청년 자산형성 및 커뮤니티 지원 사업을, 남영현 님은 경기금융지원센터에서 경기 극저신용대출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이 함께 만든 학습모임 ‘주씨’는 오늘도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