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식사지원 청년밥상 반찬 이미지

인사이트

다정하지만 단단하게, 청년의 곁을 지키는 밥상

- 자립준비청년 식사지원 사업 ‘청년밥상’을 돌아보며

청년의 곁을 지키는 밥상, 사회연대은행 자립준비청년 식사지원 사업 ‘청년밥상’ 담당자의 현장 기록을 전해드립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안부를 물을 때는 ‘밥은 먹고 다니냐?’ 약속을 잡을 때는 ‘밥 한번 먹자!’ 미래를 걱정할 땐 ‘뭐 해 먹고 살지?’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땐 ‘내가 밥 한 번 살게.’ 심지어 이별을 이야기하는 노래 가사에서도 밥은 빠질 수 없다.

🎶 사랑이 떠나가도, 가슴에 멍이 들어도, 한순간뿐이더라. 밥만 잘 먹더라.

자립준비청년 식사지원 청년밥상 반찬 이미지
(사진) 청년밥상 참여 청년들이 보내준 밥상 사진

건강한 한 끼가 실제로 식탁에 오른다는 것

사회연대은행은 자립준비청년에게 주 1회 수요일마다 16주간 가정식 반찬을 배송하는 ‘청년밥상’ 사업을 진행했다. 한화생명 지정기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으로 운영된 이 사업은 메인 1-2종에 서브 3-4종으로 구성된 반찬을 청년의 주소지에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반찬 제작과 배송은 ‘라운드키친’이 맡았다.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식비를 지원하는 사업들은 종종 있다. 식비를 제공하면 청년들이 스스로 원하는 먹거리를 찾아 구매하고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회연대은행은 ‘건강한 한 끼가 실제로 식탁에 오른다’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그 결과는 건강을 되찾아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청년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식사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고, 미래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적·정서적 여유가 생겼다. 가정식 지원이 단순한 끼니 해결이 아닌 이유는 여기 있다. 누군가에게는 건강한 밥 한 끼가 자신을 돌보는 첫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이 나머지 삶을 조금씩 바꾸는 씨앗이 된다.

작은 조력이 일으킨 습관이라는 선물

어느 날 사무실로 연락이 왔다. ‘청년밥상’ 사업이 언제 끝나냐고, 배송이 몇 주 남았냐고 묻는 연락이었다. 3주 남았다는 답변과 함께, 반찬은 입에 맞았는지, 끼니는 거르지 않고 잘 먹고 있는지, 건강은 어떤지 이어서 물었다.

이 청년은 갑상선 약을 줄곧 먹고 있었다. ‘청년밥상’ 사업에 참여한 계기도, 건강하게 밥을 챙겨 먹고 싶다는 이유였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시작해야 건강한 식사인지 알기 어려웠던 참이었다. 누군가 꾸준히 배송해 주는 건강한 반찬이라면, 그래, 이렇게 된 거 배송이 없는 날에도 건강하게 먹어보자. 그래, 이렇게 된 거 건강한 생활 루틴을 가져보자.

“선생님, 저 이제 수치가 많이 좋아져서 약도 이번이 마지막으로 먹고 3개월 뒤에 추적 검사 하기로 했어요!”

‘청년밥상’은 주 1회, 수요일에 배송된다. 배송된 반찬으로 1인 평균 4-5끼를 먹을 수 있다. 하루 세 끼를 기준으로 하면, 일주일 21번의 식사 중 4-5번을 이 반찬으로 해결할 수 있다. 즉, 일주일 식사의 약 20%에 해당하는 조력이었다.

노력하면 전부 다 이뤄질 거야, 라는 말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자신을 돌볼 최소한의 에너지조차 고갈된 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살아가는 게 버거워서 그저 버티고, 버티고, 버틴다. 그 20%의 작은 조력이 이 청년에게는 갑상선 수치 개선의 계기가 되었고, 건강한 식단과 생활 루틴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었다.

“저는 이제 습관이 생겨서 괜찮아요! 다른 청년들도 지원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16주, 4달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건강한 식습관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청년의 상황까지 돌아볼 여력이 생겼다.

끼니를 때우는 삶에서 나를 돌보는 삶으로

또 다른 청년 참여자와 전화한 건 오전 10시였다. 일하기 전에 잠깐 틈을 내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청년은 병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정규직 입사를 위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혼자 살며 충당해야 할 생활비가 일하는 시간 대비 빠듯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면 생활비를 부채로 돌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영영 이렇게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

“병원에서 8시간 알바하면서 공부를 하니까, 체력이 안 돼서 공부를 못 하겠더라고요.”

건강에도 이상이 있었다. 청년의 하루를 듣다 보면 탈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생활 패턴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으니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하지 않냐고 묻자 청년이 답했다.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잘 몰라서요.”

이 한마디는 단순히 건강 지식의 부족을 뜻하지 않는다. 끼니를 때우는 것과 나를 위해 대접하는 것의 차이, 즉 ‘자기 돌봄’을 익힐 기회가 부족했다는 것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사업을 함께한 ‘라운드키친’ 박준형 대표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청년들이 자신을 방치했던 이유가 의지의 문제가 아닌, 한 번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생소함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제철 식재료가 무엇인지, 명절 음식에는 어떤 정성이 들어가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위해 정갈한 식탁을 차리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온기를 불어넣는지 이들은 경험해 본 적이 없어요. 현실에 삶을 바특하게 사는 청년들에게 ‘식탁 위의 첫 단추’를 제대로 채워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청년밥상’이 배송한 것은 일주일 치의 반찬만이 아니었다. ‘나를 돌보는 법을 몰랐던’ 청년들에게 전달된, 생애 첫 자기 돌봄의 경험이자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연습의 출발이었다.

청년밥상 : 느슨하지만 따뜻한 식구, 청년의 한 끼를 생각하는 마음

밥심으로 살아가는 한국인들. 가족을 이르는 말인 식구(食口)는 끼니를 같이하는 사이라는 뜻이다. 반찬 제작 및 배송을 맡은 ‘라운드키친’ 박준형 대표는 청년들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철학은 배송 방식에도 드러났다.

반찬 배송과 함께, 오늘의 반찬 구성을 소개하고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는지, 이 계절에 챙겨야 할 영양소는 무엇인지를 담은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누군가 청년의 한 끼를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를 담은 것이었다.

반찬수령 메시지2 기사활용[청년밥상 배송 안내글 by 라운드키친]  
김장 특성 청년밥상 안내

안녕하세요? 한화생명 청년밥상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라운드키친입니다.

매년 초겨울이 되면 각 가정마다 김장을 하는데요. 김장철이 되면 갓 담은 김치에 삶은 돼지고기를 곁들여 맛있는 한 상을 즐기곤합니다.

김장철의 의미를 담아
내일 받으실 청년밥상에는 삶은 돼지고기(with 쌈장)와 보쌈김치를 배송드릴 예정입니다.^^

보쌈김치를 편하게 드실 수 있게 모두 썰어서 보내드립니다. 보쌈김치는 라면 등과도 잘 어울려 좀 넉넉하게 보내드립니다~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해주세요.~

맛있게 드시고 모두 건강 챙기세요.
감사합니다.

*(중요) 드시고 남은 돼지고기수육은 냉장고에 보관해주세요.
▲(이미지) 라운드키친 청년밥상 배송 안내글

‘청년밥상’ 사업 종료 후, 참여 청년 24명 전원을 대상으로 사후 설문을 진행했다. 24명 중 11명(45.8%)이 “혼자가 아니다라는 안도감이 생겼다”고 답했다. 반찬을 받은 것만으로 생긴 감정이 아니었다.

“레토르트였다면 이런 마음이 전해졌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몸과 마음에 따뜻함이 느껴진 건, 가정식 자체에서 얻는 힘이 있는 거죠.”

단순 지원을 넘어 ‘다정하고 실효적인 개입’으로

여기에 다 담지 못한 청년들이 더 있다. 줄어든 식비로 줄곧 아팠던 허리를 고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청년. 직장에 나가기 전 할머니 식사 준비 시간을 줄여 자신을 챙기는 시간이 생긴 청년. 식사 준비의 걱정과 시간을 덜어내 80명 학우들 사이에서 2등을 한 청년.

식비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24명 중 23명(95.9%)이 참여 이후 식비 부담이 줄었다고 답했다. 절감된 식비는 주거비 및 공과금(10명, 41.7%), 저축 및 부채 상환(8명, 33.3%), 교육비 및 자기 계발(4명, 16.7%), 문화생활 및 여가(2명, 8.3%) 등으로 이어졌다.

이 사업 이전 청년들의 밥상은 어땠을까. 지친 몸과 마음으로 끼니를 거르거나, 패스트푸드나 컵라면,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는 날이 많았다. 쌀, 김치, 김 등 매우 단출한 구성으로 ‘대충’ 먹었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말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필요한 것이 단순히 ‘식비’라는 숫자가 아닐 수 있다는 것. 무엇이 건강한 식사인지, 나를 위해 밥상을 차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일 — 그 20%의 조력이 있었기에 청년들은 자신을 돌보는 법을 조금씩 익혀갔다.

결국 ‘청년밥상’이 남긴 건 ‘다정하지만 실효적인 개입의 힘’이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법을 몰랐던 이들에게 “당신은 대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신호를 직접 보내는 것, 식탁 위의 첫 단추를 함께 채워주는 것. 이 경험이 쌓여 만들어낸 긍정적인 변화를 ‘청년밥상’을 통해 눈으로 확인했다. 첫 발을 떼기 어려운 이들의 곁에서, 언제나 기꺼이 응원할 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글을 마친다.

청년밥상 기사 이미지
(이미지) 출처 : 한경매거진&북

글: 홍서희(자립성장지원센터 ‘청년밥상’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