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함양, 작은 지역이 일상의 실험실이 될 때

경남 함양 청년 커뮤니티 '이소' 최학수 대표 인터뷰

[지역 청년 기획기사 ②] “2026 BY LOCAL 청년희망터 참여팀, 경남 함양 [이소] 최학수 대표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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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년 커뮤니티 ‘이소’ (사진제공=이소)

“양파를 까면 눈물이 납니다. 최근에 울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경남 함양의 청년 커뮤니티 ‘이소’가 운영하는 ‘이소쌀롱’은 지역 농민이 재배한 양파로 요리를 만들고, 그 음식을 나누며 청년들이 깊은 대화를 나누는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입니다. 로컬푸드가 주제지만, 정작 중요한 건 청년들이 서로 연결되는 시간입니다. 풀뿌리언론 ‘주간함양’의 기자이자 이소를 운영하는 최학수 대표는 “지역 농민은 청년들이 모여서 깊은 대화로 연결되는 장면을 굉장히 생소하다는 듯 바라보더라”며 “그렇게 연결된 생산자는 우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됐고, 이후 도움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든든한 아군이 됐다”고 말합니다.

이소는 함양에서 청년들이 ‘귀촌 우울증’을 겪는 것을 목격하며 시작됐습니다. 도시를 떠나 함양을 찾은 청년들은 퇴근 후 맥주 한 잔 마실 친구조차 없이 고립됐고,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갔습니다. 최 대표는 “지역에서 청년은 소수자입니다. 청년 삶의 만족도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지역에서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청년 정서적 고립 문제, 청년 문화 결핍 문제, 지역 브랜딩 부재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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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Y LOCAL FAIR에서 발표하는 최학수 대표

비전체계를 세우고 나서 달라진 것들

이소는 ‘BY LOCAL 청년희망터’ 4기에 참여하며 조직의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사업이 시작되고 받은 첫 과제는 ‘조직의 비전체계 수립’이었습니다. 조직의 방향성은 있었지만 팀원들의 언어로 명확히 정리한 적은 없었습니다. 외부 컨설팅을 받으며 팀원 5명이 모여 수개월간 고민한 끝에 비전체계를 완성했습니다.

  • 비전 :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청년들이 연결되어 만드는 재미있는 함양”
  • 미션 : “함양 청년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공동체 토양이자 창의적 문화 기획과 연결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청년문화 허브로 성장한다”

최 대표는 “이 과정에서 같은 문장을 보더라도 팀원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그걸 맞춰가는 과정에서 팀이 단단해졌다”며 “지금은 새로운 활동을 기획할 때마다 팀원이 먼저 ‘이게 우리 미션에 맞는 활동인가?’ 되묻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숫자로 변화의 가능성을 보다

비전체계를 세운 다음에는 임팩트를 측정했습니다.

  • 2025년 한 해 동안 소셜다이닝 8회 진행, 참여 청년 80명, 로컬푸드 활용 레시피 24건 개발.
  • 전국 청년 활동가 네트워킹 행사 1회 개최, 함양 청년 10명과 타지 청년 50명 연결.
  • 작은 학교 초등학생 18명과 청년 5명이 6회 정기적으로 만나 플로깅 활동.
  • 파머스마켓&캠핑 행사에 청년 및 가족 120명 참여, 지역 생산자 부스 20개 운영.

조직진단 결과는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사전(3월) 대비 사후(10월) 평가에서 0.86점, 약 31% 상승했습니다. 특히 임팩트는 1.1점 상승했고, 활동 단계도 ‘활동 시작 단계’에서 ‘활동의 확산과 확장 단계’로 성장했습니다. BY LOCAL 사업의 영향력 인식도 0.7점 증가했습니다.

조직진단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부분은 ‘학습 및 성장(2.55점↑)’, ‘지표설정 및 측정(2.35점↑)’, ‘콘텐츠(1.7점↑)’, ‘회계보고 및 공개(1.6점↑)’였습니다. 한 팀원은 조직진단 설문에서 “개인의 감각과 의지가 아니라, 공동의 기준과 합의된 언어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체감했다. 이제 가치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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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 활동 모습(사진제공=이소)

“지역의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최 대표는 가장 주요한 성과로 “청년단체의 실험과 성과, 즉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지역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을 꼽았습니다. 그는 “저희가 시도하는 것은 리빙랩[1]입니다. 현장을 실험실 삼아 어느 정도의 공적 자금으로 몇 명의 사람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지표를 얻고, 만약 성과가 좋다면 이를 행정에 전달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고 애정하는 프로그램이 지역의 고정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소는 BY LOCAL 사업을 통해 상근자 5명(주 6일 근무 1명, 교대 근무 4명) 체제로 운영하게 됐고, 비영리민간단체 혹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화도 준비 중입니다. 최 대표는 “꿈만 같아요. 2025년은 청년희망터 덕분에 잊을 수 없는 해가 됐어요. 고민하고 실험해보고 싶은 모든 것을 도전해봤어요. 그 과정에서 이소 운영 멤버들의 역량도 모두 커졌고, 지역사회에도 더 깊게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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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Y LOCAL FAIR에서 발표하는 최학수 대표를 응원하는 동료들

지역에서 공익활동에 도전하려는 예비 청년 대표들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지역은 문제가 많아요.그 중에서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도무지 어떤 문제부터 봐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는데요. 그런 와중에 지역에는 청년이기 때문에, 청년이라서 더 잘할 수 있는 활동들이 있어요. 여러분은 그런 활동에 집중해봤으면 좋겠어요. 우리라서 더 잘 해낼 수 있는 그런 활동. 지역에는 여러분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분명히 있습니다. 여러분이 만드는 활력을 응원합니다. 함께 연결돼요.”

함양에서는 지금도 청년들이 로컬푸드로 요리를 만들고, 초등학생들과 플로깅을 하고, 전국의 청년 활동가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는 이소의 청년들. 이들은 오늘도 열심히 실험 중입니다.

[지역 청년 기획기사 ①] 지역 청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2025년 BY LOCAL 청년희망터 사업을 돌아보며


[1] 리빙랩(Living Lab): 생활 현장을 실험실 삼아 사용자가 직접 참여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실험하는 방법론. 이소의 경우 지역 현장에서 다양한 청년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그 효과를 측정해 지자체 정책으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