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보다 값진 실전 경험, [청년커피랩 창업 사례] 주인공인 머치모어 카페 김하님 대표를 만났습니다.

“한국 디저트 시장은 너무 빨리 바뀌어요. 두바이 초콜릿이 어느새 두바이 쫀득쿠키가 되어 있는 것처럼, 잠시라도 멈추면 손님들은 바로 알아채거든요.”
작년 4월 성내동에 카페를 오픈한 김하님 대표(청년 커피랩 6기)를 1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오픈 이후 꾸준히 매출 상승을 기록하고, 주말이면 웨이팅이 생기는 매장, 유명 개그우먼 유튜브 출연으로 더 유명해진 카페.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적인 1년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는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었습니다. 새벽 4시 가락시장 출근, 하루 100개 케이크 제작, 경제 악화로 치솟는 원가,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 “발전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된다”는 김하님 대표의 말 속에는 지난 1년간의 치열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새벽 4시, 가락시장에서 시작되는 하루
김하님 대표님의 하루는 새벽에 시작됩니다. 가락시장 경매가 끝나고, 도매상들이 물량을 정리하는 새벽3~4시 반 사이, 직접 과일을 사러 시장으로 갑니다.
“도매가로 사도 소매가 대비 30~40% 저렴한 정도예요. 요즘 딸기가 비싸서 농장과 직거래도 알아봤는데 배송 유통 문제가 있더라고요. 중간 마진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일반 소상공인으로는 쉽지 않아요.”
과일 손질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김하님 대표는 이제는 손이 빨라져 케이크 한 개 만드는 데는 10~15분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하루 100개까지도 제작했습니다. “가족 총동원이었어요. 아버지가 보건증 끊어서 오시고, 제빵하는 친척 동생도 와서 함께 만들었죠. 케이크 100개를 만들고 난 이틀 뒤가 제 결혼식이었어요.”
청년 커피랩 당시에는 하루 3~4시간 차에서 쪽잠을 자는 날도 많았지만, 지금은 6시간 이상 수면시간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못 자도 6시간은 자야 해요. 체력이 안 되면 좋아하는 일도 못하니까요.”

인플레이션과 트렌드, 출렁임 속에서 줄타기
1년간 가장 체감한 것은 인플레이션입니다. “청년 커피랩 때보다 물가가 1.5~3배는 오른 것 같아요. 계란, 우유, 초콜릿 커버처, 딸기. 모든 재료가 올랐어요.”
현실적으로 메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다른 부분에서 더욱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크림을 더 맛있게 만들려고 레시피를 바꿔보고, 공정을 또 바꿔봐요. 계속 연구해야죠.”
김하님 대표에게 카페 방문은 자연스럽게 업무의 연장으로, 자동으로 수지타산을 떠올리게 된다고 합니다. “테이블이 몇 개 있는데, 테이블 수와 회전율을 생각하고, 매출이 어떻게 나오지. 인건비는 얼마 쓰고 있는지. 그렇게 객관적으로 보이니까 이게 시장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 계속 본능적으로 계산하게 돼요.”
한국 디저트 시장은 빠르게 흐릅니다. “이제는 한국이 디저트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요. 선도하는 나라에서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되니까 열심히 해야죠.” 이러한 경향으로 머치모어 카페는 음료 라인업을 시즌마다 변경하고, 계속 디저트 레시피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전공도 아니고, 카페 경험이 많았던 것도 아니에요. 청년 커피랩 하면서 커피도 제대로 공부했어요. 케이크만 맛있으면 뭐해요. 커피도 맛있어야 하고, 음료도 맛있어야 하니까 다 신경 써야죠.”
“사람이 중요하다”
1년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여름 성수기에 직원 문제로 매출이 크게 떨어지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 후 현장에서 고객 및 직원과의 소통에 더욱 집중하며 최근에 다시 정상화를 이뤘습니다. “누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구나 싶었어요.”
지금은 사촌 동생과 아기 엄마인 직원,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과 함께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자기 매장처럼 일해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요. 동기를 계속 만들어주는 방법이 최선이에요. 여기서 일해야 하는 이유, 이 일을 통해서 얻어갈 것이 무엇인지. 그런 동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다음 스텝, 제조업을 준비하며
김하님 대표는 이미 다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매장 장사만 하는 것으로 제한을 둔 것은 아니었어요. 지금도 카페 메뉴 컨설팅 하고, 친구 젤라토 창업 컨설팅을 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디저트 제조와 유통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개인 카페 하시는 분들은 디저트까지 신경 쓰기 어려우시잖아요. 그런 분들께 납품하는 거죠.” 미국 여행에서 알게된 한 디저트 품목이 힌트가 됐다고 합니다.
“카페 창업, 경험 없으면 하지 마세요”
김하님 대표는 카페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문의를 해올 때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줍니다. “카페는 진입 장벽이 낮아서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커피만 공부해서 한 게 아니에요. 부동산도 공부했고, 경제도 공부했고, 다방면으로 공부해서 지금 이게 하나가 된 거예요. 자격증만 따고 바로 창업하는 것은 오래 버티기 어려워요.”
특히 은퇴 자금으로 카페 창업은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가 20살부터 커피 일하면서 은퇴 자금으로 카페 차리신 분들 다섯 분 봤는데, 다 중도 포기하셨어요. 회사와 같은 갖춰진 조직에서 일하던 분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보고 대처하는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청년 커피랩, “로또 같은 기회”
김하님 대표는 1년을 돌아보니 청년 커피랩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돌아보니까 로또 같은 기회였어요. 그 당시 관리비만 200만 원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저렴한 건지 이제야 알겠어요. 지금은 하수도 뚫는 것부터 물탱크 청소까지 다 제가 해야 하니까요.”
“청년 커피랩이 제 패턴을 빨리 찾을 수 있게 해줬어요. 그때 매장 잘 되게 하려고 엄청 고생했기 때문에, 지금 제 패턴을 찾을 수 있었던 거예요.”
특히 청년 커피랩의 경험이 독립 매장 운영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청년 커피랩에서는 제가 케이크를 많이 만들수록 직원들 월급이 늘어나는 구조였어요. 그때 처음으로 인건비가 제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걸 경험했죠. 내가 하고 싶은 목표를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전 감각을 키우는 기회였어요.”

올해의 목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아이디어 모으기”
김하님 대표의 올해 실천 리스트는 영어 공부입니다. “미국 가서 아쉬웠던 게, 사람들을 만나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세금을 어느 정도 내는지? 운영 구조가 이런 것인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김하님 대표에게 미국 여행은 많은 영감을 줬습니다. 산타페에서 본 고추 캐러멜 디저트, 인앤아웃 버거 점장의 따뜻한 응대 방식 등.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손님과 교감하는 방식이 달랐어요. 그렇게 응대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었죠. 레서피는 물론이고 카페와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 많이 수집하고 싶어요.”
그리고 머치모어 2호점을 위해 새로운 카페 장소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부동산 상황이나 금리 상황이 좋지 않아서 기다리는 중인데, 좋은 공간이 나오는지 계속 보고 다닐 거예요.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오니까요.”
점심시간이 꽤 지난 한가한 시간임에도 머치모어에는 끊이지 않고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1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긴장과 열정은 이제 익숙함과 안정감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그녀가 회상한 ‘로또 같은 기회’는 사실 운이 아니라, 그 기회를 단 1%도 헛되이 보내지 않은 지독한 성실함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하루 3~4시간의 쪽잠을 버티며 찾은 자신만의 ‘패턴’은 이제 성내동 골목을 밝히는 안정적인 빛이 되어있었습니다. 익숙함에 안주할 법한 1년이라는 시간 앞에서도 김하님 대표는 여전히 스스로를 경계하며 다음 스텝을 묻고 있습니다. 성내동의 작은 카페에서 시작된 그녀의 항해는, 이제 더 깊고 푸른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