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 - RM소개 기사

2006-02-15
'남의 ‘대박’은 우리의 행복'
가난한 이웃의 자활을 위한 창업을 돕는 시민단체 사회연대은행의 최홍관 사무국장과 이민재 알엠팀장 등 사무국 직원들. 사회연대은행 제공
“식당 메뉴 개발 이렇게… 미장원 운영 저렇게”
■ 빈민층 창업 돕는 사회연대은행 RM팀

남의 가게가 대박 나기를 바라고 돕는 이들이 있다. 사회연대은행(이사장 김성수)의 아르엠(RM:Relationship Manager)팀. 사회연대은행은 어려운 이웃의 자활을 위한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3년 만들어진 비영리기관이다.

이민재 팀장을 비롯 6명으로 이뤄진 아르엠팀은 이 단체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창업자의 가게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돕는 일을 한다. 시장 조사, 상품 개발, 개업 지도, 마케팅 등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한다. 개업 뒤에도 1달에 한번씩 가게를 찾아 영업 실적을 파악하고 추가로 도움이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핀다. 사회연대은행이 지원한 가게는 지금까지 모두 213개. 아르엠팀은 1명당 평균 30~40개의 가게를 맡고 있어서 하루도 빠짐없이 출장을 다녀도 숨이 차다.

사회연대은행에서 이 팀의 역할은 어느 조직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원한 가게의 성공은 대출금 상환으로 이어져 또 다른 이들의 창업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지원대상자가 되면 최대 2천만원까지 연리 2%로 4년 동안 돈을 쓸 수가 있는데 경기가 나빠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는 때라 가게 운영이 만만치는 않다”며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하지만 상환율이 90%가 넘고 있는 점을 보면 아르엠팀의 활동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원은 모두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이 팀장은 유통회사에서 영업관리를 맡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창업을 돕는 일을 했다. 여성창업을 맡고 있는 차문희 차장과 의류유통과 부동산쪽을 맡은 안성관 차장, 미용 분야를 맡은 신희정 차장도 해당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외식쪽을 맡은 전재하 과장과 김종진 대리는 이곳에 오기 전 호텔에서 일했을 정도로 조리 전문가다.

이 팀의 구실은 영업지원을 넘어 지원대상자의 복지에까지 미친다. 여느 회사의 아르엠팀과 다른 점이다. 최근 차문희 차장은 경기도에서 학원을 연 모자가정의 여성이 자궁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방으로 뛰어 인도주의실천의사회 소속 의사와 연결해 치료를 받도록 했다. 이혼한 남편이 와서 행패를 부리거나 아이가 말썽을 피우는 등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아르엠팀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아 연결해준다. 팀원들은 사회복지사 노릇도 하는 셈이다.

지난해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을 받아 서울에서 식당을 연 김정선(가명)씨는 “돈을 빌려주는 것도 고마운데 직원이 메뉴 개발과 조리법 교육까지 마치 자기 가게를 여는 것처럼 도와줘서 살아갈 희망을 갖게 됐다“고 아르엠팀의 도움에 대해 고마워했다.

아르엠팀은 지원대상자 선정에 앞서 신청자를 찾아가 타당성 검토를 하는 일도 맡고 있다. 막상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속상할 때도 있다고 한다. 사회연대은행의 대출금은 이자율이 낮을 뿐 아니라 담보도 보증도 필요없다. 이를 알고 절박한 처지가 아니면서도 주택구입자금이나 빚을 갚으려고 신청하는 사람도 가끔씩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팀원들은 자신들이 도와준 가게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장애남편과 고교생 아들을 50대 여성이 얼마전 한식당을 열었습니다. 수급권자로 정부 보조금으로 살고 있었는데 1000만원을 지원받아 지금은 하루 30만~40만원의 매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얼굴에서 희망의 미소를 볼 때면 힘이 납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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