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넥스트 잡 인터뷰

스토리

더 큰 사회로 나가는 법을 배우다

자립준비청년 인턴십 프로그램 ‘두나무 넥스트 잡’ 참여자 김은경 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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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나무 넥스트 잡 인턴 참여자 김은경 님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립수당이나 정착금 같은 제도적 지원은 조금씩 늘어났지만, 정작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그 순간을 함께 겪어줄 존재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첫 일 경험은 자립의 감각을 몸으로 익히는 가장 현실적인 통로이면서도, 실패와 시행착오를 안전하게 겪을 수 있는 환경이 드물다는 점에서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공백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공백 속에서, 두나무 넥스트 잡 인턴십 프로그램을 두 차례 경험한 김은경 님을 만났습니다. 대학교 4학년,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은경 님은 인터뷰 내내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정체성을 숨기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그는 자신의 경험을 자신 있게 꺼내놓았습니다.

그 자신감의 한가운데에는 두 번의 인턴십 경험이 있었습니다.

은경 님이 처음 두나무 넥스트 잡 인턴십 프로그램을 알게 된 건 또래 청년들의 입소문이었습니다. 자립준비청년 관련 활동을 하며 친해진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그에게 이 프로그램을 권했습니다.

그때 당시에 자립준비청년 대상 프로그램들은 장학금 지원이나 일회성 활동이 많았어요. 뭔가 내게 남는 활동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일 경험 관련 프로그램이 나온 거죠. 그때는 거의 유일무이했던 사업이었어요.”

기업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인턴십 기관인 그라운드뭅을 선택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라운드뭅 대표는 은경 님이 청소년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인생의 멘토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느 날, 대표님이 ‘두나무 넥스트 잡 인턴십이 좋은 기회니까 한번 참여해봐’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사실 인턴십에서 뭘 할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뭘 해도 배우겠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그라운드뭅에서 인턴십을 하게 됐어요.”

그라운드뭅은 위기 단계에 따라 네 가지 카테고리로 사업을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 기관입니다. 은경 님이 1차 인턴십 때 맡은 일은 고립·은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긴급 예술 멘토링’ 프로젝트의 모금 업무였습니다.

방 밖으로 한 달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청소년에게 그라운드뭅이 건넨 것은 거창한 상담이 아니라, 작은 미션 하나였습니다. “레슨을 배우고 싶으면 집 앞에 10분이라도 걷고 와서 인증해.” 그 친구는 그렇게 10분씩 산책을 하다 결국 레슨실까지 올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대학에 진학해 작사·작곡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직접 그 친구를 만난 사람은 아니었어요. 제가 맡은 건 모금이었거든요.”

은경 님이 맡은 일은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예산을 모금 플랫폼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학생 인터뷰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사진을 찍어 직접 캠페인을 꾸렸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음에도 천만 원 목표 금액을 100% 달성했고, 나중에야 그게 얼마나 이례적인 성과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냥 경험이 없으니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어요.”

은경 님은 웃으며 말했지만, 그 첫 성공 경험은 그에게 업무 완수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누군가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역할을 통해 삶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했습니다.

실무 못지않게 은경 님에게 깊이 남은 것은, 모금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들을 알게된 것이었습니다.

저는 대상자들의 아픔이나 어려움을 자극적으로 노출시키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사회에 긍휼한 시선은 있어야겠지만, 그 불쌍함으로만 지갑을 열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들의 가능성을 보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함께 응원하는 시선이었으면 했거든요.”

하지만 대표님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모금이 더 많이 되어야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방식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배우는 입장이니까 대표님 말을 듣고 수정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그걸 실무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어요. 모금이 안 되면 다른 재원을 찾아보는 방법, 프로그램 규모를 조정하는 방법, 이런 걸 다차원적으로 생각해 보게 됐죠.”

이 고민은 2차 인턴십에서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모금 방향은 대표님의 의견을 반영하여 진행하고, 결과 보고서를 쓸 때는 자신의 신념을 담았습니다. 후원자들에게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가치를 더 풍성하게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저는 이미 알려진 어려움이 있는 대상이라면, 모금 활동에서는 먼저 그들의 가능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불쌍함을 보러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내 돈이 어떻게 좋게 쓰이는지를 보러 들어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자립준비청년으로서 자신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기에 더 진심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저도 인터뷰를 꺼려했던 적이 많았거든요. 이 친구들도 너무 불쌍하게 보는 시선으로 접근하면, 도움을 받아도 인터뷰하기가 꺼려질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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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 님은 그라운드뭅의 미션을 설명하며 흥미로운 어원 풀이를 들려주었습니다.

아름다움이라는 말의 어원을 제가 먼저 알려드렸어요. 각 사람이 아팠던, 힘들었던 순간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과정 가운데 자기다움이 발생하게 된다는 뜻이라고요. 그래서 ‘아름다움은 자기다움이다’라는 스토리텔링이 그라운드뭅에 잘 맞는 것 같다고 제안했고, 대표님도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셨어요.”

이 말은 비단 그라운드뭅 모금 캠페인 청소년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은경 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두 번의 인턴십을 거치며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이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기다움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은경 님은 한때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정체성을 알리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아빠가 없고 엄마랑 따로 사는 환경이 부끄러웠던 유년 시절이 오래 있었어요. 그래서 늘 위축되어 있었죠.. 그때는 제 상황을 숨겨야 밝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주변 어른들이 ‘배경을 알고 나니, 네가 이렇게 밝은 모습인 게 기특하다’고 말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게 약점이 아닌 거구나. 내가 나를 드러냄으로써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고 난 후부터 제 상황을 오픈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주위에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 변화는 인턴십을 통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그라운드뭅이 공중파 TV 프로그램 촬영을 했을 때, 대표님이 방송 출연 의사를 물었고 은경 님은 흔쾌히 응했습니다. “어차피 알려질 거면 당당해지자고 생각했어요.”

사회연대은행에서 두나무 넥스트 잡을 맡고 있는 담당자는 인터뷰 중 인상적인 기억을 하나 꺼냈습니다. 은경 님이 2년 차 성과공유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질문을 했던 참가자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 말투는 다소 직설적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같은 화법이었습니다.

그때 대표님께 혼났어요. 질문은 좋은데 너무 공격적인 것 같다고요.”

은경 님이 웃으며 회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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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나무 넥스트 잡 성과보고회에서 질문하는 김은경 님

그 피드백은 단순한 지적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자꾸 ‘그 말이나 이 말이나 같은 말 아니냐’고 물었거든요. 그런데 대표님이 저를 이해시키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설명해 주셨어요. ‘상대방이 듣기 편하면, 너의 의도가 더 잘 전달되지 않을까, 디테일이 다르면 받아들이는 것도 달라질 수 있다’고요.”

은경 님에게도 이 경험은 깊이 새겨졌습니다.

지금 당장 회사 업무를 잘하는 것보다, 제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해서 해주신 말씀이라는 게 와닿았어요. 인턴십 참여 이후에 말투가 많이 둥글둥글해졌다는 얘기를 들어요.”

일터의 선배로서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서 대표님의 조언은 은경님이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함에 있어서 필요한, 그러나 누구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것 중 하나였습니다. 사회에서 부딪히며 자연스럽게 배우는 게 보통이지만, 은경 님은 인턴십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환경 안에서 그 시행착오를 먼저 겪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회적 눈치는 인턴십을 통해 많이 습득한 것 같아요.”

두 차례의 인턴십을 거치며 은경 님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하나씩 발견해 갔습니다. 사람들이 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지 설득의 언어를 만드는 일,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보고하는 일에 관심이 생긴 것입니다.

제 주변 친구들에게 모금했다고 말하면 ‘잘했네’ 정도지, 그 친구들로부터 후원이 이어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면 어떤 언어가 필요할까 고민하다가,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보고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차 인턴십을 마칠 때는 사회복지를 꼭 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차 인턴십을 거치며 방향이 분명해졌습니다. “확실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걸 알게 됐어요. 좋아하면서 의미 있는 일이요.” 현재 은경 님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보고하는 기관을 목표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은경 님은 두 번의 인턴십이 자신의 진로 선택에 결정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턴십 경험은 취직에 대한 선택에 1순위로 기여했어요. 2순위는 어딜 가도 저를 탐내는 인재가 된 것이에요.” 현장 실습을 나갔을 때도 복지관 마다 두나무 인턴십 경험을 궁금해하며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 사회복지를 접하고, 그걸 실제로 인턴십까지 해본 경험이 흔치 않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자립준비청년수당은 5년이면 끝납니다. 졸업과 동시에 수급자 자격도 박탈됩니다.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그 시점을 두려워하지만, 은경 님의 답은 명쾌했습니다.

사실 구체적인 대비는 없어요. 그런데 엄청 두렵지는 않아요.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걸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줘요. 졸업하고 어디든 입사해서 1년 일하면 퇴직급여를 받잖아요. 그러면 그 동안 또 일을 찾아보고, 계속 그렇게 가면 되죠.”

이 자신감은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라, 두 번의 인턴십을 통해 실제로 쌓은 경험과 나에 대한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사업 담당자분들도 계시고, 지금의 대표님도 계시고, 교수님들도 계시니까요. 누구든 도와주겠죠 하는 생각이 있어요.”

은경 님은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자체를 하나의 능력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사람이 나를 도와줄까 하는 의심을 허무는 첫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거절이 두려워서 다음 제안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턴십을 통해 그 첫 단추를 끼는 연습, 제안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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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 두나무 넥스트 잡 담당자는 은경 님에게 다음 만남을 약속했습니다. “행사에서 명함을 주고받으며 ‘저 여기 다니고 있습니다’ 하면 너무 뿌듯할 것 같아요.”

“인턴 때 명함을 만들어주셨는데, 오늘은 못 챙겨왔어요.” 은경 님이 웃으며 답했습니다. “다음엔 인턴 말고 사원, 매니저로 명함을 만들어서 꼭 뵀으면 좋겠어요.”

은경 님은 동기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다들 인턴십 경험이 별로 없거든요. 저는 이런 실무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그걸 긍정적으로 잘 활용하는 모습이 부럽다고들 해요.”

두 번의 인턴십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가치관이 부딪히는 순간도 있었고, 말투를 고쳐야 했던 따끔한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은경 님은 자신만의 언어와 방향을 찾아냈습니다.

이 경험이 저를 만들었어요.”

은경 님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일 경험이란, 한 줄의 스펙이 아닙니다. 낙인이라 여겼던 정체성을 강점으로 다시 읽어내는 시간이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연습이며,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신뢰받는 첫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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