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넥스트 잡 오리엔테이션

인사이트

일 경험, 관계를 통해 자립 안전망을 만들다

업비트 넥스트 잡 3년차가 보여준 변화

두나무 넥스트 잡 2024 오리엔테이션
▲ 두나무 넥스트 잡_2024 오리엔테이션

일반적인 청년에게 첫 일이나 첫 사업은 이력서의 한 줄, 혹은 여러 도전 중 하나입니다. 실패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고, 조언을 구할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시설과 위탁가정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매년 약 2,000명의 청년이 이렇게 사회로 나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스펙 이전에, 일 경험과 관계를 통해 마련되는 안전지대입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고용률은 52.4%로 일반 청년(61.3%)보다 낮습니다. 취업하더라도 단순노무직이나 임시직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격차의 배경에 대해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과 듣는연구소가 진행한 업비트 넥스트 잡 인턴십 참여자 연구는 하나의 단서를 보여줍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정작 부족했던 것은 취업 기술이 아니라, 실패를 안전하게 겪어볼 수 있는 관계와 경험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진행한 참여자 설문(20명)에서 15명(75%)이 1인 가구로 나타났습니다. 생계와 일상을 홀로 책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19명(95%)은 이전에도 일을 해본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같은 단기·비정규 노동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관계를 맺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걸 배워본 경험 자체가 드물었던 것입니다.

업비트 넥스트 잡은 이 공백에 주목해 만들어진 사업입니다. 두나무가 재원을 지원하고, 사회연대은행이 총괄 운영하며, 수도권·충청·영남·호남 4개 권역의 거점 기관이 자립준비청년을 발굴해 협력 기업·전문가와 연결합니다. 진로교육·인턴십·금융교육·창업지원 네 개 사업이 이 구조 위에서 운영되며, 2025년은 사업 3년차로 577명이 참여했습니다.

’찾아가는 진로교육’은 전국의 보호대상아동과 쉼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설과 쉼터를 직접 찾아가 진로 검사와 1:1 컨설팅을 제공합니다. 2025년에는 22개소에서 253명이 참여했고, 1:1 컨설팅 만족도는 5.0점을 기록했습니다.

네 개 사업 중에서도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서 직접 부딪히고 시도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인턴십과 창업지원입니다. 대상도, 방식도 다르지만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는 환경에서 시도해본다는 목적은 같습니다.

’기간형 인턴십 지원’에서는 40개 기업에서 52명의 자립준비청년이 3~5개월간 실제 일 경험을 쌓았습니다. 참여자들의 변화는 세 층위로 나타났습니다. 출퇴근과 동료와의 협업 같은 일상적 경험은 생활 리듬과 책임감으로 이어져 ’아르바이트생’에서 ’맡은 일을 책임지는 사회인’으로의 인식 전환을 만들었습니다. 업무를 완성하고 칭찬을 받는 경험은 성취감과 자신감으로, 소득 확보와 동료·상사와의 관계는 삶의 리듬 회복과 관계망 확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종합 만족도는 4.70점(경제적 자립 4.75,  사회적 관계 확장 4.65, 포용적 일터 문화 4.85 )이었고, 인턴십 종료 후 65%가 구직·취업·학업으로 다음 단계를 이어갔습니다.

창업지원은 이미 사업 방향을 정한 청년들을 위한 트랙입니다. 예비·기창업 청년에게 최대 2,000만 원의 무이자 대출과 함께 마케팅·재무관리 같은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며, 2025년에는 7개소가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자금을 이자 부담 없이 빌리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사업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빚에 잠식되거나 그 실패를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금융교육은 참여형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소비 내역을 기록하고 저축 목표를 세우는 등의 훈련을 통해 금융 생활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프로그램입니다. 2025년에는 265명이 참여해 저축 완주율 95.2%를 기록했습니다.

생성된 이미지 1 2

사업 방식은 다르지만 업비트 넥스트 잡이 만들어내는 목표는 같습니다. 실패해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자리, 즉 ’중간지대’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개인을 둘러싼 가족·친구 같은 가까운 관계망과, 제도·정책 같은 먼 구조 사이에 이 ‘중간지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중간지대가 튼튼할 때 사람은 실패해도 완충되는 경험 속에서 다음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원가정과 떨어져 성장한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이 중간지대 자체가 얇거나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턴십에서는 이 중간지대가 ‘실수해도 괜찮다’는 감각으로 나타납니다. 참여 기업들이 인턴을 ’배우러 온 사람’으로 대하고, 실수에 대해 질책 대신 설명으로 받아주는 문화를 갖췄다는 점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참여자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항목이 다름 아닌 ’일터의 문화와 분위기’(4.85점)였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창업지원에서는 같은 감각이 다른 형태로 나타납니다. 무이자 대출과 경영 컨설팅이 함께 제공된다는 것은,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그 실패가 곧바로 빚과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립수당이나 정착금 같은 제도적 지원이 자립의 출발선을 만든다면, 인턴십과 창업지원은 그 출발선에서 실제로 걸어 나갈 수 있도록 관계와 경험으로 다리를 놓는 일입니다.

인턴십 운영에서 이러한 환경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업비트 넥스트 잡은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일자리를 배치하는 대신, 지역 거점 기관이 청년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기업을 발굴하고 조율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한 지역에서는 참여 청년에게 결근이나 생활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인턴십을 중단하는 대신 관련 기관과 함께 면담을 진행하며 상황을 조정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일터에서 갈등이 생기면 참여를 끊기보다 다른 직무나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이탈하지 않도록 완충하는 이 구조가, 중간지대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두나무 넥스트 잡 성과보고회
▲ 2025년 두나무 넥스트 잡 성과보고회

이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정책에도 시사점을 남깁니다. 지금까지의 지원은 주로 자립수당이나 정착금 같은 제도적·경제적 지원, 혹은 자격증 취득과 취업 컨설팅 같은 역량 강화형 사업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두 축 모두 사회 진입 이전 단계에 있거나 관계망이 부족한 청년에게는 충분히 가닿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립을 개인의 의지나 역량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청년과 지역사회·일터·지원조직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방향이 가능합니다. 첫째, 청년을 배우는 사람으로 대하는 ’호의적인 일터’를 발굴하는 기준을 표준화하고 그 범위를 넓히는 일입니다. 둘째, 인턴십이나 창업 과정에서 참여자가 자신의 변화를 스스로 돌아보고 언어화할 수 있는 회고의 구조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셋째,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그 관계가 끊기지 않도록 사후 관리 체계를 갖추는 일입니다. 제도적 지원이 자립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라면, 이러한 관계 기반의 지원은 그 문턱을 넘은 다음의 걸음을 함께 걸어주는 일에 가깝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두 번의 인턴십을 거친 김은경 님과, 창업지원을 통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이상엽 님의 이야기를 통해, 이 중간지대가 각자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전합니다.

업비트 넥스트 잡 2025 성과자료집 보러가기

업비트 넥스트 잡 연구보고서 보러가기

자립준비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 ‘업비트 넥스트 잡’ 인턴십 참여자 김은경 님의 이야기

자립준비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 ‘업비트 넥스트 잡’ 창업지원 참여자 이상엽 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