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험, 관계를 통해 자립 안전망을 만들다
업비트 넥스트 잡 3년차가 보여준 변화
일반적인 청년에게 첫 일이나 첫 사업은 이력서의 한 줄, 혹은 여러 도전 중 하나입니다. 실패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고, 조언을 구할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시설과 위탁가정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매년 약 2,000명의 청년이 이렇게 사회로 나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스펙 이전에, 일 경험과 관계를 통해 마련되는 안전지대입니다. 숫자로 본 격차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고용률은 52.4%로 일반 청년(61.3%)보다 낮습니다. 취업하더라도 단순노무직이나 임시직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격차의 배경에 대해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과 듣는연구소가 진행한 업비트 넥스트 잡 인턴십 참여자 연구는 하나의 단서를 보여줍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정작 부족했던 것은 취업 기술이 아니라, 실패를 안전하게 겪어볼
인터뷰 <숫자 너머 사람> 시리즈 ➀ 심사부터 상환까지 함께합니다.
- 함께온기금 사업 운영 3인 여경상 부장, 이민경 부장, 조희라 대리
숫자와 서류 뒤에 가려진 진짜 사람을 만나는 직원들의 이야기, [사회연대은행 숫자 너머 사람 1편]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은행에 가면 묻는 게 정해져 있습니다. 신용점수가 몇 점인지, 소득이 얼마인지, 부채가 얼마인지. 셋 중 하나라도 기준에 못 미치면, 답은 같습니다. “대출이 어렵습니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해서 아직 거래 이력이 없는 청년도, 갑자기 직장을 잃고 소득이 끊긴 사람도, 한 번 회생 절차를 밟았다는 이유로 다음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도 같은 문 앞에서 같은 답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들은 사람들이 다음으로 찾아가는 곳에서는,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을 다르게 보는 금융이 있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의 함께온기금은 신청서에 질문 하나를 더 넣었습니다. “당신에게 왜 이
[특집]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4편 – “이러한 선택이 반복될 수 있다면”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 3편에 이어 숫자가 아닌 사람 전체를 보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 사회연대은행 특별기획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4편]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졌다는 오래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리를 만진 사람은 기둥 같다고 했고, 코를 만진 사람은 뱀 같다고 했고, 귀를 만진 사람은 부채 같다고 했습니다. 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코끼리는 아니라는 겁니다. 기둥 같고 뱀 같고 부채 같다 — 그러나 다 모아도 코끼리가 되질 않습니다. 왜일까요. 전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효율을 좇는 금융이 금융 소외 상태의 차주를 다루는 방식이 꼭 이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점수라는 다리, 소득이라는 코, 부채라는 귀. 하나하나는 다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금융이 닿는 자리를 넓히며 : 사회연대은행 2025 임팩트 하이라이트
2025년 한 해 동안 우리가 만들어낸 변화 2025년 연차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2025년 사회연대은행은 기존 4개이던 임팩트 영역을 5개로 재편했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을 별도 영역으로 독립시킨 것입니다. 금융취약계층의 위기 유형이 더욱 다양해지고, 복합적 취약성을 가진 대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개입의 단위도 더 정밀해져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총 371.2억 원 규모의 사업비로 5개 임팩트 영역에서 만들어낸 2025년의 기록을 정리합니다. 임팩트 영역 1. 마이크로크레딧을 통한 포용적 금융 접근성 강화 소상공인이 제도권 금융의 문턱에서 멈추는 이유는 대개 신용점수나 담보의 부족입니다. 사회연대은행은 그 자리에서 자금의 통로를 여는 것에서 출발해, 창업 이후의 경영 안정까지 함께 이어가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그 범위가 폐업(예정) 소상공인의 사업 정리와 취업 연계까지 확장되었습니다. 한
[특집]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3편 – “우리가 당신을 ‘대상자’가 아닌 ‘인격’으로 마주한다면?”
금리 단층에 갇힌 사람들을 위한 대안, 사회연대은행 특별기획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3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최근 금융권의 화두는 ‘잔인한 금융’입니다.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는 정부의 비판은 현행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왜 여유 있는 사람일수록 낮은 금리를 누리고, 절박한 사람일수록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사회연대은행이 지난 23년간 현장에서 마주해 온 물음이기도 합니다. 효율성이 만든 거대한 공백, ‘도넛 시장’ 현재의 금융 시장은 마치 ‘가운데가 휑하게 뚫린 커다란 도넛’과 같습니다. 5대 시중은행 신규 대출의 약 74%가 신용점수 900점 이상 차주에게 집중되는 반면, 800점 이하 차주 비중은 4년 만에 9%에서 5%로 줄었습니다. 1금융권에서 밀려난 이들이 마주하는 것은 저축은행 진입 단계에서의
[특집]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2편 – “당신에게 진짜 필요한 최소 금액은 얼마입니까?”
74시간의 통화에서 발견한 것
74시간의 통화 기록으로 증명하는 관계 기반 금융, 사회연대은행 특별기획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2편]입니다. 지난 1편에서 우리는 한 신청자의 신청서를 읽었습니다. 그러나 서류 안에 다 담기지 않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절박한 사연을 가진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이 한 사람의 자립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일까. 그 질문을 풀기 위해 우리는 통화 기록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함께온기금 개인 소액대출 신청자 163명을 대상으로 한, 유선 통화 559건, 약 74시간의 대화였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연구팀과 함께 통화를 글로 옮기고, 그 안에 담긴 질문과 답변, 머뭇거림과 침묵의 패턴까지 세밀하게 살폈습니다. 74시간의 목소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들었을까요. 절박함은 출발선이지 기준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먼저 드러난 사실은 ‘절박함만으로는 누구에게 자립의 가능성이
[특집]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1편 – “당신에게 왜 이 돈이 필요한가요?”
숫자를 너머 사람을 향하는 길, [함께온기금이 묻는 것들 1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미성년 자녀 둘을 둔 한부모 가장입니다. 평일에는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녹즙·우유 배달을 합니다. 이혼 후 5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급여 통장이 지급정지됐습니다. 한 번도 함께 살아본 적 없는 생부가 사망하면서 남긴 빚이 자녀에게 승계된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장마로 살던 반지하 집이 침수됐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한부모보호시설에 입소했고, 모녀 시설 특성상 큰아들은 지인 집에서 따로 지내야 했습니다. 이듬해 LH 임대주택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그러나 본인부담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개인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라 어디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대출 신청서 어딘가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제가 바로서야 아이들을 지킬 수
다정하지만 단단하게, 청년의 곁을 지키는 밥상
- 자립준비청년 식사지원 사업 ‘청년밥상’을 돌아보며
청년의 곁을 지키는 밥상, 사회연대은행 자립준비청년 식사지원 사업 ‘청년밥상’ 담당자의 현장 기록을 전해드립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안부를 물을 때는 ‘밥은 먹고 다니냐?’ 약속을 잡을 때는 ‘밥 한번 먹자!’ 미래를 걱정할 땐 ‘뭐 해 먹고 살지?’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땐 ‘내가 밥 한 번 살게.’ 심지어 이별을 이야기하는 노래 가사에서도 밥은 빠질 수 없다. 🎶 사랑이 떠나가도, 가슴에 멍이 들어도, 한순간뿐이더라. 밥만 잘 먹더라. 건강한 한 끼가 실제로 식탁에 오른다는 것 사회연대은행은 자립준비청년에게 주 1회 수요일마다 16주간 가정식 반찬을 배송하는 ‘청년밥상’ 사업을 진행했다. 한화생명 지정기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으로 운영된 이 사업은 메인 1-2종에 서브 3-4종으로 구성된 반찬을 청년의 주소지에 배송하는
[사회연대금융 기획 ③] 하이로컬이천, 사회연대금융이 지역을 만나는 방식
[사회연대금융의 새로운 로컬 실험, [하이로컬이천 청년 창업지원] 사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소개합니다.]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 지금, 사회연대은행은 이천에서 하나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이로컬이천은 창업 육성과 금융 지원을 하나의 사업 구조 안에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무상 지원과 대출, 사후 모니터링이 순서대로 연결되는 이 방식이 지역 청년 창업 생태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1차 년도 현장을 돌아봅니다. 하이로컬이천은 이천 지역 활성화를 위한 청년 창업지원 사업으로 크게 창업지원과 금융지원으로 나뉩니다. 창업지원을 통해 이천시 관내 신규 법인 및 지사 설립을 목표로 총 25개팀을 선정하여 창업공간 및 교육, 맞춤형 멘토링, 비즈니스 수행자금을 지급하며 창업팀 성장을 도모합니다. 금융지원은 현재 이천 관내에서 법인 설립한지 1년 이상된 청년 임팩트
[사회연대금융 기획 ②] 금융이 외면한 자리에서
사회연대은행이 묻고 답해온 23년
[한국 사회적 금융의 뿌리, [사회연대은행 마이크로크레딧]이 걸어온 역사와 출발점을 돌아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대규모 실업과 금융 양극화를 경험했습니다. 직장을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은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워졌고, 생계형 신용불량자 양산 등 금융 소외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절, 복지 전문가와 금융 전문가, 자활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질문을 꺼냈습니다. “담보도 신용도 없는 사람에게, 금융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가.” 이 질문이 2003년 사회연대은행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미국 ACCION이 라틴아메리카 도시 빈민을 대상으로 소액 대출을 시작한 것이 1960년대, 방글라데시 그라민뱅크가 고리대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조브라 마을 빈민 42명에게 27달러를 무담보로 빌려준 것이 1976년이었습니다. 이들의 출발점은 하나였습니다. “금융 시스템이 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