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공공-민간-비영리가 함께 만드는 창업 혁신, SIB 모델의 가능성

팬임팩트코리아 곽제훈 대표 인터뷰

[소셜 프랜차이즈 기획 기사 3부]

앞서 살펴본 소셜 프랜차이즈의 개념과 ‘청년 38국수’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창업 생태계의 가능성을 살펴봤습니다. 청년 38국수의 경우, 협동 정신을 추구하는 창업 인재 풀을 양성함으로써 창업 안전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회성과보상(Social Impact Bond, 이하 ‘SIB’)의 방식으로 탄생한 소셜 프랜차이즈 ‘르바게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473682776 614329827714426 9018659437796393591 n
(사진) 르바게트 1호점(사진 제공=르바게트)

‘르바게트’는 화성시 외식업 창업 지원 SIB의 일환으로 기획된 소셜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팬임팩트코리아’는 SIB와 소셜 프랜차이즈를 결합한 시도를 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SIB는 민간이 먼저 투자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성과가 달성됐을 때만 공공이 사후적으로 예산을 집행해서 민간에게 돌려주는 사회투자 방식입니다.

팬임팩트코리아는 국내에 최초로 SIB를 도입하여 2016년부터 SIB 사업을 해온 사회성과보상사업 기획·운영기관으로서, 2024년에는 SIB와 소셜 프랜차이즈를 결합하여 화성시 외식업 창업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팬임팩트코리아의 SIB 접근법은 공공-민간-비영리가 함께하는 협력적 창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SIB을 통해 혁신적 사회투자 모델을 구축해 온 팬임팩트코리아의 곽제훈 대표를 만나, 이들의 실험과 SIB 방식으로 결합된 소셜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곽제훈 사진 ㄱㄷ
(사진) 팬임팩트코리아 곽제훈 대표 (사진 제공=곽제훈 대표)

국내 유일한 ‘SIB 소셜 프랜차이즈’, 화성시 ‘르바게트’ 프로젝트

처음에는 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하려 했지만, 기획 과정에서 창업 지원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한국에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외식업의 경우 5년 지나면 절반이 사라지더라고요.”

화성시 외식업 창업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된 ‘르바게트’. 팬임팩트코리아는 기존 창업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소셜 프랜차이즈’ 창업을 기획했으며, ‘르바게트’는 그 첫 번째 브랜드로 탄생한 것입니다.

창업 지속가능성이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소셜 프랜차이즈 창업은 교육 후 개인이 알아서 길을 찾아야 하는 기존 창업 방식과 달리, 브랜드 개발부터 메뉴 기획, 운영 관리까지 전문 기관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창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합니다.  

협력적 생태계의 힘: 새로운 실험 여건 조성

‘르바게트’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입니다. 성과보상자인 화성시와 투자자인 KB손해보험, 프로젝트를 총괄 기획•운영하는 팬임팩트코리아, 사업 수행 기관인 익선다다그룹(브랜드 개발)과 퍼센트(관리 업무), 그리고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직원과 창업자, 평가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합니다.

곽 대표는 “성과 달성 여부는 전적으로 현장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수행기관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들 참여 기업은 사회적 가치에 동기부여를 하며 성과 달성에 집중하며 사업을 이끌고 있다”며 수행 기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또한 SIB 하에서 수행 기관은 안정적 여건에서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곽 대표는 “이 사업은 ‘로컬 일자리 창출’이란 목표 하나만을 달성하기 위해서 4년 동안 20억 원을 투자받는 것.”이라며 “수행 기관에 이와 같은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큰 자금이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화성시 프로젝트의 경우, 두 개의 수행 기관이 협업하는 구조입니다. ‘익선다다’는 종로구 익선동 상권을 성공적으로 조성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르바게트’와 같은 브랜드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수행 기관인 ‘퍼센트’는 서울시 SIB 2호 사업을 성공시킨 사회적 기업으로, 관리 파트를 맡고 있습니다.

화성시에는 현재 ‘르바게트’ 1호 직영 매장이 운영 중이며, 1년 이상 직영 운영 기간이 지난 후 가맹점 오픈을 할 예정입니다. 또한 매장을 안정화한 후 창업자에게 넘겨주는 ‘전수 창업’ 모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팬임팩트코리아는 수행기관과 함께 ‘르바게트’ 이후, 제2, 제3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고자 하며, 다양한 브랜드의 소셜 프랜차이즈를 활성화시켜 로컬에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합니다.

곽 대표는 “사회적기업 외에도 역량있는 영리 기업들이 소셜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은 사회적 경제의 규모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라며 영리기업의 소셜 분야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르바게트 02 re
(사진) 르바게트 1호점(사진 제공 = 르바게트)

SIB, 사회 문제 해결의 혁신적 방법론

기존의 공공사업은 예산 집행 여부가 중요한 평가 항목이기 때문에, 과정을 전시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SIB는 결과에 따라서 예산이 집행되기 때문에 사업 기획부터 실행까지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성과 중심 SIB의 가장 큰 장점은 ‘보는 눈이 많다’는 것입니다. 즉, 지자체, 의회, 운영기관,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관리 감독하기 때문에 처음 설정한 목적에서 이탈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소셜 프랜차이즈 방식을 이미 표방했고, 계약에도 명시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방식을 성공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수행기관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셜 프랜차이즈로서 분명한 소구점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SIB는 혁신적인 시도를 가능하게 합니다. 성과보상자인 정부는 사업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SIB는 진보·보수 구분 없이 수용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보수당과 진보당이 공동 발의해 연방법이 통과됐고, 국내에서도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SIB 정책이 논의 되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실패한 사업에 더 이상 세금을 집행하지 않아도 되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사회공헌 자금이 성공했을 때 예상치 못했던 수익으로 돌아와 더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성과 측면에서도 긍정적입니다. 곽 대표는 ‘같은 사업을 해도 SIB 방식으로 할 때 성과가 더 잘 난다’는 해외 보고서를 언급하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망: 제도화를 통한 확산 가능성

곽 대표는 SIB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입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의 SIB 사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의 경우 현재 SIB 관련 정부 부처가 출범했고, 한국보다 더 많은 SIB 사업을 수행하는 나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영국, 일본 등 해외 SIB 사업의 경우 선정에서 수행까지 신속하게 진행되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지자체를 비롯하여 수행기관 등 SIB 방식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느라 하나의 사업이 선정되어 완결될 때까지 4~5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에서 SIB 활성화는 제도화의 문제’라고 보는 곽 대표는 조직을 확장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선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선례들이 만들어지면 나중에 제도도 되고 다른 정책으로 파생되는 확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팬임팩트코리아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5개의 선례를 만들었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결실을 본 사업들인 만큼, 하나하나의 사업이 소중하다고 합니다. 곽 대표는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SIB 제도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인터뷰 말미, 사회연대은행과의 협업 가능성을 묻는 말에 곽 대표는 “SIB는 일종의 방법론으로서 타당성이 검증된 아이템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협업이 가능하다”라며 마이크로크레딧과 SIB의 연결 가능성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습니다.

“혼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공-민간-비영리가 함께할 때 진정한 사회 변화가 가능합니다. “

개인 창업의 한계를 넘어 공공-민간-비영리가 함께 만드는 협력적 창업 생태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SIB라는 혁신적 방법론. 곽제훈 대표와 이야기 나누며 창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온 사회연대은행의 또 다른 도약을 그려봅니다.

소셜 프랜차이즈 기획 ① 사회적 가치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소셜 프랜차이즈를 주목하자

소셜 프랜차이즈 기획 ② 청년 38국수, 사회적 가치와 수익 양립을 꿈꾸다 – 이구승 HBS 대표·남지훈 청년38국수 CMO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