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은행, 큰 금융

스토리

“이제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요”

두나무 넥스트 드림 참여자 강나영 님의 이야기

[개인 대출 사업 기획기사 ③]

사회연대은행의 관계금융 기반 대출 사업이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그 답은 통계 수치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숫자들 뒤에는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 숨어 독촉 전화를 피하던 날들, 더이상 빚지지 않기위해 독립을 결심하고 나온 날, 친구들과의 만남을 포기하며 느꼈던 자괴감, 그리고 재무 컨설팅을 받으며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며 다시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기까지. 이 모든 이야기는 관계금융이 실제로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사회연대은행의 대출 사업 중 하나인 ‘두나무 넥스트 드림’에 참여했던 강나영(가명) 씨를 만나 사업 이후 달라진 일상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dunamu 01

32살 강나영 씨는 병원에서 일하며 강아지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혼자 산 지 12년이 넘었지만, 진짜 ‘혼자’가 된 건 독립을 선언한 지 2년 남짓입니다. 8년 전 친한 언니와 의류 사업을 함께하며 빚에 묶여 있었던 그는, 답이 보이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 두나무 넥스트 드림이 있었습니다.

“왜 난 이걸 몰랐을까”

독립 직후, 나영 씨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온 문자 하나를 받았습니다. 두나무 넥스트 드림이라는 사업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게 뭐지 싶어서 들어가 봤는데, ‘왜 난 이걸 몰랐을까’ 싶었어요. 처음에 컨설팅을 신청했고, 그다음에 생계비 대출 사업도 지원했어요.”

채무조정 중인 청년에게 무이자 대출과 재무컨설팅을 제공한다는 내용. 어디서도 대출이 안 되던 그에게, 이것은 ‘행운’처럼 느껴졌습니다.

부채와 함께 사는 일상

나영 씨가 독립을 결심하기까지, 부채는 그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었습니다.

dumanu 02

“우선 독촉하는 전화가 오고, 집에도 계속 찾아오고. 벨을 계속 누르고 그래서 지하주차장에 숨어 있기도 했어요. 그때 제가 스물 네 살이었는데, 무서운 데부터 메꾸고, 또 돈 벌어서 무서운 데 메꾸고…”

협박을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가 무서웠습니다. 일할 때 핸드폰으로 계속 전화가 오는데, 가끔 핸드폰을 놓고 일하다가 동료가 전화 왔다며 핸드폰을 전해줄 때가 있었습니다.

“수신자가 ‘독촉 전화’라고 뜨니까, 전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놀라서 바로 꺼버렸어요.”

전화번호가 핸드폰에 뜨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아도, 번호만 봐도 온몸이 긴장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전화를 의식하며 사는 것, 그것이 부채와 함께 사는 삶이었습니다.

“뭔 일이 생기면 낭패니까 돈을 막 계속 쪼개요. 쪼개서 통장을 나눠가지고 여기 1만 원 여기 2만 원 이런 식으로 넣어놓고, 또 필요할 때 잠깐 뺐다가 안 필요하면 다시 넣어놨다가… 뭔가 한 통장에 금액이 크게 있으면, 혹시라도 ‘보이스피싱을 당하면 내 인생 끝난다. 유서 쓰고 죽어야 된다.’ 생각하면서 그런 일을 당해도 큰 타격이 없게끔 돈을 쪼개기 시작했죠.”

불안은 일상을 지배했습니다. 출근길에 작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나영 씨는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진짜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할 곳이 없는 거예요. 이게 불안감이 져서 늘 불안해요.”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길 때마다 ‘매달 항상 뭔가 사건 사고가 터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불안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든든한 어른, 삼촌 같은 컨설턴트

첫 컨설팅 날, 카페에서 만난 컨설턴트는 중년의 남성이었습니다. 처음엔 민망했습니다. 내 소비 내역을, 빚을, 힘들었던 이야기를 낯선 사람에게 털어놔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근데 선생님이 제 얘기를 가만히 들어주시는 거예요. 그리고 ‘오늘은 어땠는지’ ‘이번 달은 어땠는지’ 걱정해 주시니까, 말이 술술 나왔어요. 선생님도 아드님 얘기하시면서 ‘맞다, 요즘 그렇게 힘들다’ 하시고. 위안받고 격려를 받으니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나영 씨는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지원받을 수 없고, 연락도 자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컨설턴트의 격려가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생일엔 카카오 선물도 보내주시고. 든든한 어른이면서도 삼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회차를 더해가며 컨설팅 자리가 더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나영 씨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dumanu 03

지출 내역을 보내는 게 두려웠던 이유

매달 컨설턴트에게 지출 내역을 문자로 보내야 했습니다. 나영 씨는 그게 떨렸다고 합니다.

“먹을 거나 지출이 좀 많은 달은 ‘과했나’ 싶어서 혼날까 봐 걱정했어요. 컨설턴트 선생님이 이해하실까, 그런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컨설턴트는 혼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양과 관련된 것이나 친구들과 만나서 문화생활하는 건 줄이라고 못하겠다. 그게 현재 본인에게 되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숫자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을 본 것입니다. 왜 이 돈을 썼는지, 이 소비가 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소비를 줄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함께 찾아갔습니다.

“이번 달엔 5만 원만 저축해볼까요?”

컨설팅은 거창한 재무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작고 실행 가능한 것들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번 달엔 5만 원 정도 저축해볼까요?’ ‘공공금융 상품 하나 알아볼까요?’ ‘통신비 요금제,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요?’ ‘친구와의 만남이나 문화생활을 줄여서 고립감을 느끼기보다는 주 1회 정도 확보해 보면 어떨까요?'”

나영 씨는 컨설턴트는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 함께 고민하는 사람에 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컨설턴트는 나영씨를 응원해주고, 실패하면 다시 방법을 찾으며 격려해주었습니다.

통장을 쪼개는 방법도 이때 배웠습니다. 나영 씨는 원래 3~4개 통장을 쓰고 있었는데, 컨설팅 후 6개로 늘렸습니다.

“원래도 제가 통장을 쪼개서 쓰긴 했었거든요. 근데 선생님 얘기 듣고 더 늘렸어요. 6개로. 10만 원이 있으면 이 돈을 여섯 군데로 쪼개서 넣어놔요. 여기 1만 원, 여기 2만 원 이런 식으로. 카드 하나만 들고 다니면서 여기에 얼마 밖에 없는 걸 아니까 딱 그만큼만 쓰게 돼요.”

통장을 나눠서 사용하는 일은 오랜 빚으로 생긴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이었지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작은 습관 하나가 경제적 안정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촉 전화가 오는 그 순간의 두려움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절실함이 그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매달 문자 오고, 매달 시달리는 게 노이로제가 걸려서요. 그래서 미리 대비하고 계획하게 됐어요. 전화번호가 뜨는 것만 봐도 가슴이 철렁했던 그 느낌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요.”

금전적인 얘기보다 삶에 대한 이야기

컨설팅 시간의 많은 부분은 재무적인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금전적인 얘기보다는 그냥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좋았는지 힘들었는지, 미래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지출은 제가 나름 잘 관리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컨설턴트와 대화를 하며 나영 씨는 중요한 결심도 하게 되었습니다. 컨설턴트의 자녀가 예술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가정형편으로 그만두었던 무용을 다시 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컨설팅 받으며 얘기를 하다가 ‘그래, 이제 나한테 투자를 해보자’란 생각이 들었죠. 그즈음 예전에 같이 무용 했던 언니와 연락이 닿았어요. 언니가 학원을 차렸는데 아무 때나 와서 연습하라고 해서, 그때부터 무용 대회를 준비했어요. 컨설턴트 선생님이 ‘꼭 상 타길 바래요’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첫 콩쿠르에서 큰 상을 받았습니다.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일이 아니라도 나도 기댈 데가 있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야 이런 생각이 들었죠.”

dumanu 04 sm

적금이 안심이 되기 시작했어요

컨설팅을 받기 전, 나영 씨는 목돈이 생기면 갖고 있거나 사고 싶은 걸 샀습니다. 적금도 했다가 자주 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컨설팅 받고 나서 장기 적금을 만들었어요. 적금이 계속 되고 있는 게 안심이 되기 시작했어요. 강아지가 나이가 많은데 그때도 돈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결혼도 준비해야하고요. 그전에는 그런 일이 생기면 ‘큰일 났다, 돈 빌릴 사람 찾아봐야겠다’ 이랬는데, 이제는 미래에 일어날 것들에 대해서 내가 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터에서 보너스가 들어왔을 때도 달라졌습니다.

“보너스로 우선 두나무 대출 사업 상환금을 먼저 냈어요. 그냥 눈 감고 내버렸어요. 마음이 편해지려고요. 갖고 있는 돈을 대출 갚는 데 먼저 쓰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월급에서는 대출에 나가는 돈이 없으니까 그걸로 소비하면 이게 보너스인 거잖아요.”

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돈과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 미래를 계획하며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 여섯 번의 재무 컨설턴트와의 만남은 소소하지만 나영 씨의 삶에 새로운 경로를 만드는 디딤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옛날엔 막막하고 암담했는데

인터뷰 말미에 나영 씨에게 물었습니다. “지금은 좀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없어요. 없는데 그냥 좀 편해진 것 같아요. 마음이. 옛날에는 막막하고 암담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뭔가 안 좋은 상황이 와도 ‘어떻게든 잘 되겠지’ 라는 생각이 들고 좀 편해졌어요.”

극적인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6개월 동안 누군가 곁에서 함께 걸어주었습니다. 혼내지 않고, 걱정해주고, 작은 성공을 함께 기뻐해주었습니다. 컨설턴트를 비롯해 주위 지인들과 다시 만나고 관계를 회복해가며 나영 씨는 조금씩 자신을 믿고,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어요

지금 나영 씨는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틈틈히 무용 연습을 합니다. 최근에는 운동도 시작했습니다. 매일 4시간 정도밖에 못 자지만, “바쁜 게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라고 환한 얼굴로 말합니다.

“진짜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어요.” 부채는 아직 천만 원 정도 남아 있지만, 구체적인 상환 계획이 있고, 적금도 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립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물었습니다. “5년 후엔 어떻게 지내고 있을 것 같아요?”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은데, 제 몸이나 정신이 더 활기있고 건강해졌을 것 같아요. 저도 보여요, 제 얼굴이 변화가 되는 게. 9년 만에 중학교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저를 보고 바로 울더라고요. 제가 환하게 맞이하니까. ‘중학교 때 밝고 명랑했던 네 모습이 보인다’고 그러더라고요.”

신용점수가 아니라 사람을 봅니다.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를 만듭니다. 금융 지원을 넘어 삶의 변화를 동행합니다. 이것이 사회적 금융, 관계 금융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다시 일어섭니다.

나영 씨의 얼굴이 환해진 것처럼.


*이 글은 두나무 넥스트 드림 사업 참여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인터뷰이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이어지는 기사

개인 대출 사업 기획기사 ① ‘다시 숨 고르는 시간’ – 함께만드는세상의 개인대출을 말하다

개인 대출 사업 기획기사 ② ‘빚이 있는 청년에게 왜 다시 돈을 빌려주나요?’ – 관계가 만드는 자립의 가능성

▶ 개인 대출 사업 기획기사 ④ “청년들이 누려야 할 것을 먼저 챙깁니다” – 두나무 넥스트 드림 재무 컨설턴트 강수도 님 인터뷰

개인 대출
두나무 넥스트 드림
재무 컨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