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Step-Up 참여자 정민지] 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정민지 님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했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학교 근처 쉼터로 거처를 옮겨 지냈습니다. 더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겨서 편입을 준비하면서 부터는 서울로 이동해 자립지원관 생활관에서 지냈습니다.
대학 생활 내내 생활비와 학비를 스스로 마련해온 민지 님은 멘토링, 아르바이트, 근로장학생, 학부연구생까지 여러 일을 병행했습니다. 악착같이 모은 돈이었지만, 그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누구에게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힘들게 마련한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 가계부를 작성하고 지출했지만,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하고 생활할 수 없었습니다.”
신용스텝업 멘토링을 시작한 시기는 2024년 쉼터 퇴소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쉼터 퇴소를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요건을 갖춰 자립수당을 받게 됐지만, 그 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는 또 다른 고민이었습니다. 편입 학원비, 생활비, 자립수당 활용 방법까지—그해는 금융적인 판단을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놓여 있었습니다.
“단기가 아닌 12개월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편입을 준비하는 1년은 지출이 집중되는 시기였습니다. 집을 새로 구하고 필수 가전제품을 마련했으며, 학원비만 매달 70~80만 원이었습니다. 특강비, 교재비, 원서비까지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수입에 비해 지출이 두배 이상 달하는 달도 있었습니다.
민지 님의 경우, 부채가 있거나 신용 점수를 올려야 하는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민지님에게 신용스텝업 멘토링의 역할은 큰 지출이 집중된 시기에 현금 흐름을 점검하고, 자립수당을 어떻게 운용할지, 지금 상황에서 어떤 금융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따져보는 것이었습니다.
멘토링은 회차를 거치며 내용이 깊어졌습니다. 초기에는 수입·지출 흐름 점검과 체크카드 사용 내역을 함께 살피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자립수당 만기 이후를 대비한 자산형성 상품의 종류와 조건을 함께 살폈고, 금융 계좌 선택 기준과 운용 방식에 따른 세금 차이 등 보다 심화된 내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신용스텝업 사업은 단기간이 아닌 12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진행되어 여러 금융 상황에서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매 회차마다 신용정보를 함께 확인하며 점수 변동과 항목별 내역을 짚어갔습니다. 민지 님은 이 과정에서 신용점수가 자신의 금융 이력 쌓이는 기록임을 알게되었다고 합니다.
“신용점수 보는 사이트를 같이 가입해서 볼 수 있게 해주셨어요. 카드 몇 장 있고 얼마 썼고 이런 게 다 뜨더라고요. 금융에서 보는 나인 거잖아요.”

“잔고는 유지됐어요”
지출이 가장 많았던 달에도 금융자산 잔고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민지 님이 미리 설계해둔 덕분이었습니다. 학원비가 나가는 달에 맞춰 적금 만기가 돌아오도록 월별로 나눠두었고, 장학금과 지원 사업을 꼼꼼히 찾아 활용했습니다. 멘토는 이 흐름을 함께 점검하고 상황에 맞는 금융 선택을 도왔습니다.
“재정 상황을 엑셀로 다 정리하면서, 지출이 많았지만 여러 지원 사업을 꼼꼼히 챙겨서 잔고는 유지됐어요.”
편입 준비를 마치고 나서도 신용점수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에 올라올 때와 금융자산 잔고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큰 지출이 몰린 시기를 지나고도 신용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민지님에게는 소중한 성과였습니다.
멘토와의 관계도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재무 내용뿐 아니라 근황을 먼저 나누고, 그 맥락 위에서 재무 이야기로 이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생활에서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물어볼 수 있는 어른이 생겼다는 것, 민지 님에게는 그 관계 자체가 하나의 지지대가 됐습니다.
“뭔가 정말 사소한데 물어보고 싶은 그런 것들 있잖아요. 처음 서울살이를 하게돼서 잘 모르고 헤매는 게 많았는데, 운 좋게도 마침 멘토님이 인근에 거주하시는 분이셨어요. 동네도 잘 아시고, 집 계약할 때도 함께 동석해주시고, 제가 모르는 것들을 나눠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원조차 안 되는 것들이 되게 많아요”
민지 님처럼 가정 밖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자립한 청년들은, 제도적으로 자립준비청년과 다른 지원 체계 안에 놓입니다. 자립준비청년은 보건복지부, 가정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합니다. 두 집단 모두 시설에서 2년 이상 보호를 받은 경우 퇴소 시 매달 최대 50만 원의 자립수당을 5년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에게는 1인당 1천만~2천만 원의 자립정착금이 추가로 지원되는 반면, 가정 밖 청소년에게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정착금이 지원되지 않습니다.[1] 홀로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고 생활 기반을 갖춰야 하는 첫 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가정 밖 청소년 출신 청년들은 부모나 친척이 있지만, 여러 이유로 가족과의 만남과 접촉 자체를 차단하여 보호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도 많습니다. 경제적 지원이나 정서적 연결을 기댈 수 있는 가족 자원이 사실상 부재한 채로 자립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거처를 옮길 때도, 큰 결정을 앞둘 때도 의논할 사람은 쉼터 선생님들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가정폭력 같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상황에서도 지원 신청을 위해서는 보호자 서류 증빙을 요구받는 등 곤란한 상황으로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퇴소를 앞두고 지원을 알아보니 저희 같은 경우는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지역에 따라서 지원이 가능한 곳도 있는데, 이미 거주지를 옮기고 나서 알게되는 경우가 많아요.”
가정밖청소년들에게 주거 불안은 자립 준비에 있어서도 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가정밖청소년들이 거주하는 쉼터의 경우, 거주 기간이 일시, 단기, 중장기로 나눠져있는데, 신변 보호, 진학 등의 이유로 주거지 이동이 잦아서 2년의 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해서 자립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민지님 역시, 타 지역으로 진학하는 상황에서 거주 기간을 맞추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합니다.
신용스텝업은 자립준비청년뿐 아니라 가정 밖 청소년 출신 청년에게도 참여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지원 체계의 경계 밖에 있더라도, 이들 청년들 역시, 전환기에 필요한 재무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멘토님과 1:1로 매칭이 되는 게 좋았어요. 서울 자립지원관의 경우에는 6명의 선생님들이 서울 전역을 다 맡고 있는 상황이라, 한 명 한 명한테 온전히 신경써주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런데 신용스텝업은 단기로 만나는 게 아니라,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만나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2025년 3월 편입에 합격한 민지 님은 새 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인턴 경험과 장학금 수령을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찾아가고 있습니다. 재무 계획은 더 이상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원하는 경험을 쌓고,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설계해가는 도구로 재무 계획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민지 님처럼 가정 밖에서 자립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의 빈틈을 혼자 메우는 개인의 능력이 아닙니다. 전환기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관계와 지원이 있을 때, 자립은 비로소 혼자 감당하는 일이 아니게 됩니다. 그런 선택지가 더 많은 청년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신용스텝업 사업 참여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인터뷰이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1] ‘‘자립준비청년’ 자립정착금, ‘가정밖청소년’은 왜 대부분 못 받을까” – 한겨레, 2025.11.04
이어지는 기사
▶ [신용스텝업 기획기사①]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건 신용입니다 – 관계를 통해 금융역량을 키운 ‘신용 Step-Up’ 1년의 기록
▶ [신용스텝업 기획기사 ② ] 신용은 숫자가 아닌 삶의 이정표… 금융멘토와 함께 그린 ‘자립의 지도’ – 신용스텝업 참여자 조현수 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