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감한 것도 재밌네. 이 생각이 들었을 때 처음으로 미용에 재미를 느꼈어요. 그러면서 두려움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요 “
윤미연 대표는 탈색과 염색 공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첫 순간을 떠올리며 자기 일을 소개했습니다. 10년간 캘리그라피 작가로 활동했던 그가 가위를 든 지 이제 7개월. 여전히 손님들의 머리를 다루는 일이 조심스럽지만, 점점 일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 캘리그라피 작가에서 미용사로 전환을 결심하다.
윤미연 대표의 미용 도전은 뜻밖의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무엇보다도 네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의 엄마로서 매일의 생계를 위해, 그리고 어머니의 오랜 꿈이었던 미용업에 대한 복합적인 마음을 안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제가 미용 일을 하는 게 저희 엄마의 꿈이었어요. 엄마가 자식들한테 자신의 꿈을 투영한 건데, 저는 내 길이 아니라고 여기고 전혀 염두해 두지 않았죠. 그런데 애들을 키워야 하잖아요. 엄마가 작년에 염색방을 시작하셨는데, 계속 손목이 아프다고 하셔서 ‘그럼 내가 한번 해볼까?…’ 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막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은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네 아이를 데리고 독립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서 살길을 찾아야했던 윤미연 대표. 어려운 시기, ‘뭔가 길이 있을 것 같다’라는 한 줄기 희망으로 매일 주민센터를 방문하며 문을 두드렸습니다. 주민센터에서 구청으로 인계되어 심사를 받으며 결국에는 기초생활 수급권을 얻게 되었고, LH 주택에도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10년간 쌓아온 캘리그라피 작가로서의 길도 잠시 멈췄습니다. 미용학원에 등록해 속전속결로 3개월 만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니, 창업 자금 마련이 또 다른 고비로 다가왔습니다.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이 불가피했습니다. 그때 주민센터에서 알려준 곳이 바로 사회연대은행이었습니다. “자격증을 못 땄으면 미용은 그냥 접었을 거예요. 그런데 빠르게 자격증을 딸 수 있었어요. 대출도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했는데 주민센터에서 사회연대은행 대출사업을 알려줬어요. 이상하게 마음이 갔어요. 그래서 전화를 해 본 거예요. ‘정말 미용을 하라는 뜻인가?’ 이러면서. 그렇게 미용 쪽으로 계속 길이 열렸어요.”
우여곡절 끝에 만난 ‘리본헤어’
함께온기금 예비창업자금 대출에 선정되고 난 후, 계획했던 어머니의 염색방 인수는 사업자등록 문제로 무산되었습니다.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지 8~9일 만에 바로 반납해야 하는 아쉬운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대출금을 모두 상환을 했는데 사업 담당 선생님들이 제 상황을 안타깝게 보셨는지,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도전해 보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다른 창업 아이템을 궁리해야 하나 알아보던 중,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곳이 바로 지금의 리본 헤어입니다. “여기 초기 인테리어 비용이 4천4백만 원 들었는데, 기존 미용사분이 이전하면서 철거비 2백만 원만 주고 인수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저한테는 정말 좋은 조건이었죠. 그런데 대출금 들어오는 날짜가 안 맞아서 보증금 치루는 게 어려웠는데, 그것도 주인 분도 이사 올 때 잔금 치르자고 배려해 주셨어요. 진짜 신기했어요. 미용을 해야하는 흐름이었어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사회연대은행 예비창업자금 대출을 다시 신청하여 2024년 12월 리본헤어를 오픈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오픈하는 날 어땠는지 묻는 말에 윤미연 대표는 ‘좋으면서도 무서웠다’라고 답했습니다. “솔직한 마음은 손님이 오시면 어떡하지 였어요. 첫 손님이 들어왔는데, ‘좋다. 그런데 어떡하지’ 딱 두 마음이 공존하더라고요.”

첫 방문 손님에게는 미용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난 후 작업에 들어간다는 윤미연 대표.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냐고 걱정하는 인터뷰어에게 ‘놀랍게도 대부분의 손님이 그런 솔직함을 좋아한다며, 오시는 분 중에 열 분이면 일곱 분은 다시 방문하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캘리그라피에 투자한 삼만 시간에 비하면, 미용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초보임을 오픈하고 시작하는 게 마음 편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손님의 선택을 존중하는 맘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스스로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윤미연 대표의 이야기에서 완벽주의자의 면모가 느껴졌습니다.
리본, 윤슬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기존의 미용실 상호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윤미연 대표에게 ‘리본 헤어’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처음엔 리본이 뭘까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까 리본(re-born)이었어요. 다시 태어난 거잖아요. 그 말이 주는 울림이 있었죠. 그런데 다시 태어나는 것이긴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건 화려한 변신은 아니에요. ‘윤슬’ 아세요?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 평범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로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윤슬을 이야기하던 그때, 윤미연 대표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어떤 남학생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저분 머리도 제 작품이거든요. 반짝반짝 빛이 나요. 저기 저분도 제가 어제 드라이를 해드렸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처럼 사람들을 빛나게 하는 정도? 저는 거창한 것보단 소박한 게 좋아요.”
매일 지나가는 손님들의 머리를 관찰하며 그 모습들에서 윤슬을 발견할 윤미연 대표님의 모습에서 미용에 대한 그의 철학이 느껴졌습니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손님들을 보며 환하게 웃는 그 모습에서, 꿈은 때로 우회로를 통해서도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후를 바라보는 꿈
“이제 앉으면 사람들의 머리만 보여요. 작년 10월의 저와 지금의 제가 달라진 거예요. 순간 성장한 게 느껴졌어요. 머리를 어떻게 잘랐는지 분석하게 되고, 점점 각도가 보이기 시작하니까 ‘그래, 한번 가보자!’ 이게 되더라고요.” 아직 초보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겨난다는 윤미연 대표.

“저에게 미용은 징검다리와 같은 것이에요”
10년 후 미용사로서 어떻게 일하고 있을 것 같냐는 마지막 질문에 윤미연 대표는 미용을 시작한 사연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답을 내놓았습니다. ‘10년 후에는 글을 쓰는 작가로서, 또 그 이후 10년은 동화 작가로서의 삶을 꿈꾼다’는 윤미연 대표에게 미용은 생업이면서 동시에 삶의 다양한 모양새를 관찰할 수 있는 영감의 장이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게, 머리를 만지는 일이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면이 있어서인지 쉽게 오픈 마인드가되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주로 먼저 손님한테 제 이야기를 오픈하지만, 손님들도 한 번 두 번 오면서 하나씩 하나씩 자기 삶을 오픈해요. 그렇게 각각의 사람마다 시나리오가 나와요. 지금은 제가 미용 실력을 쌓는 중이라 미용에만 집중하지만, 1년 정도 실력이 쌓이면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어요.”
오늘도 리본헤어에서는
“오늘은 얼마 벌었어? 10만 원이면 컷, 컷, 염색인가?” 매일 저녁, 막내 아이가 묻습니다. 윤미연 대표는 혼자 셈하며 그날의 수입을 맞추려고 따져 묻는 아이 덕분에 웃게 됩니다. “겁이 덜 나는 정도지, 프로페셔널로서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평가하지만, 현재 리본헤어는 예약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단골 비율도 70%에 달합니다.
“제 인생은 감사밖에 없어요”
주위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사회의 도움으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윤미연 대표는 사람들의 머리를 다듬으며 빛나는 존재로 만들고자 오늘도 열심히 미용을 공부하고 기술을 연마합니다. 미용사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꿈이 활짝 펼쳐지길 바라며, 윤미연 대표의 손을 거쳐 간 윤슬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언젠가 따뜻한 글이 되어 세상에 전해질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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